“막고, 찌르고” 올림픽에서 보던 펜싱⋯춘천서 ‘펜벤져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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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고, 찌르고” 올림픽에서 보던 펜싱⋯춘천서 ‘펜벤져스’ 꿈꾼다

    동네 사장님 11. 정식 펜싱장 갖춘 춘천 ‘원탑펜싱클럽’
    “귀족 스포츠 아닙니다” 펜싱 생활체육화 나서
    초등~성인부까지 운영, 장비 무료대여
    두뇌회전, 운동 효과 탁월⋯“춘천을 펜싱의 성지로”

    • 입력 2024.02.13 00:04
    • 수정 2024.02.19 00:16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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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펜싱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해 낯설지 않는 스포츠다.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팀은 금빛 찌르기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일명 ‘펜벤저스(펜싱+어벤저스)’로 불리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도 펜싱은 평소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렵다. 그저 올림픽 같은 큰 스포츠대회가 열리는 시기에만 관심을 갖는 정도다. 축구·농구 같은 국민 스포츠와 달리 보호 장구, 도복, 펜싱검 등 장비도 고가인 만큼 ‘귀족 스포츠’라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펜싱의 생활체육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춘천에서도 강원특별자치도내 최초 정식 규격 펜싱장에서 펜싱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지난해 9월 동면에 문을 연 ‘원탑펜싱클럽’을 찾아가 봤다.

     

    춘천 원탑펜싱클럽 유소년 선수들이 정식 규격 펜싱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원탑펜싱클럽 유소년 선수들이 정식 규격 펜싱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클럽을 운영 중인 백유나(35) 대표는 전 펜싱(사브르) 국가대표 출신으로 10년째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초등부부터 성인부까지 취미반, 엘리트반을 운영하면서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펜싱 저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펜싱은 전신을 모두 사용하고 검을 다뤄야 하는 만큼 유산소, 근력 운동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새하얀 도복을 입은 ‘펜서’가 돼서 득점에 성공했을 때 쾌감은 펜싱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칼의 노래’라고 말한다. 춘천을 ‘펜싱의 성지’로 만들고 싶다는 백 대표를 만났다.

    Q. 원탑펜싱클럽을 소개해주세요.

    펜싱은 항상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면서 이제는 익숙한 종목이 됐습니다. 펜싱은 사브르와 플뢰레, 에페 세 가지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요. 종목마다 규칙, 공격 동작, 칼의 모양 등이 다 달라요. 원탑펜싱클럽에서는 사브르를 배울 수 있어요. 국가대표 선수 출신 대표와 코치가 A부터 Z까지 전문적으로 가르칩니다.

    Q. 정식 규격 펜싱장이 마련돼 있다고요.

    강원도 최초 18m 정식 규격 펜싱장 3개를 보유하고 있어요. 실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심판기도 설치돼 있고요. 장비 가격은 비싸지만, 전문 교육을 위해서 투자는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미로 펜싱을 시작해 배운지 1년밖에 안된 한 유소년 선수는 최근 동호인 대회에서 입상했어요. 전문적인 장비와 시스템에서 제대로 배우니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낸 거죠.

    Q. 아이들이 배우기에 위험하진 않나요.

    검을 사용하는 만큼 당연히 조심해야겠지만, 보호장구와 마스크 등 충분한 안전장비를 지니고 하는 스포츠라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보호장구를 입지 않고는 절대 검을 들 수 없도록 교육하고 있고요.

    지금도 초등학생을 시작으로 많은 아이들이 펜싱을 배우고 있고,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등록하기 전에 펜싱을 체험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무료체험(30분)도 진행하고 있고요. 자녀를 클럽에 보내고 싶은데, 검을 다룰 수 있을지 고민이면 입단하기 전에 전문 코치가 직접 상담도 해드립니다.

    춘천 원탑펜싱클럽에 비치돼 있는 펜싱 장비. 이곳에서는 수강생들에게 장비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원탑펜싱클럽에 비치돼 있는 펜싱 장비. 이곳에서는 수강생들에게 장비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펜싱 장비가 비쌀 텐데, 모두 구매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여전히 펜싱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종목으로 생각하고 문의하는 분들이 많은데,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무료로 장비를 대여하고 있어요. 현재 클럽에는 선수를 꿈꾸는 엘리트반도 있지만, 대다수가 취미반이에요.

    레슨 날 몸만 와도 클럽에 마련된 보호장비와 도복, 마스크, 펜싱검, 장갑 등을 이용할 수 있어요. 다만, 펜싱할 때 신을 수 있는 신발은 따로 챙겨오셔야 해요.

    Q. 펜싱을 하면 어떤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나요.

    양쪽 무릎을 굽히고 기마 자세를 유지한 채 스텝을 밟아야 해요. 이 상태에서 손으로 검을 휘둘러야 하니 유산소와 근력 운동 효과가 뛰어나요. 특히 다리를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하는 만큼 하체 운동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또 두뇌도 함께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펜싱, 특히 사브르 종목은 빠른 시간 안에 찌르기, 베기, 때리기로 승부가 결정 나요.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순간순간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해요. 상대를 탐색하고 수 싸움을 벌여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두뇌 회전에도 도움을 주죠. 아이들의 집중력을 키우는 데도 좋아요.

     

    춘천 원탑펜싱클럽에서 초등부 학생들이 기초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백유나 원탑펜싱클럽 대표)
    춘천 원탑펜싱클럽에서 초등부 학생들이 기초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백유나 원탑펜싱클럽 대표)

     

    Q. 수업 과정이나 시간표는 어떻게 되나요.

    크게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성인부로 나눠져 있습니다. 수업은 월~금 평일 2시부터 7시 30분까지 진행하고 있어요. 주 1회부터 5회까지 고를 수 있고 1회 수업 시간은 90분입니다. 수업은 크게 기본 훈련과 전술, 실제 경기로 구성돼 있고요.

    많은 시민이 펜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우동착 회원은 레슨비의 10%를 할인해드리고 있어요.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 중입니다.

    Q.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펜싱은 TV에서만 볼 수 있고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생활스포츠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아직 춘천은 수도권과 비교하면 시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인기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어요.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고 제2의 펜벤저스를 발굴하고 싶어요. 춘천하면 떠오르는 스포츠는 손흥민의 축구잖아요. 축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어요. 춘천을 펜싱의 성지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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