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가 고향인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이번 설 명절 춘천에 남아 있을 생각이다. 귀성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이씨는 “졸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해 돈을 바짝 벌어야 한다”며 “설 연휴를 맞아 고향에 가고 싶지만, 교통비와 명절 선물이 부담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제적·심리적 부담에 고향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지역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인 알바천국이 성인남녀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계획을 조사한 결과, ‘명절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라는 응답은 62.3%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기록한 수치보다 8.3%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는 ‘단기로 돈을 벌기 위함(45.7%)’이 가장 많았다. 극심한 취업난과 얇아진 지갑 사정으로 귀성보다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청년들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강원통계지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강원특별자치도 고용동향을 보면 도내 취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30%를 넘었지만, 20~29세 비중은 10%대에 머물렀다. 일주일에 17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는 12.9% 늘어났다.
설 연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구직자들이 많아지면서 단기 구직 시장도 활발해지고 있다. 명절 대목에 모집하는 아르바이트는 남들이 쉬는 기간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짧은 기간에 짭짤한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춘천지역 구인구직 플랫폼을 보면 매장관리·판촉부터 닭갈비집, 카페 등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 대타’를 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도 이런 글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서비스직으로 최저시급(9860원)보다 20~30%가량 높은 시급을 제시했다.
취업준비생 최모(26)씨는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생활비를 구하기에는 명절만 할 때가 없다”며 “연휴 4일 동안 30만원을 넘게 벌 수 있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이미 구해 놨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