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쓴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2주에 한 번 1500여 자의 글을 꾸준히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글이 안 써져서 막막해질 때가 많았다. 왜 그런가 가만히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이유는 가까운 데 있었다. 아무리 솔직하게 쓴다고 노력해도 결국은 완성된 글이 남들에게 보인다고 생각이 들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보기에도 썩 괜찮게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서만 말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은 그래서 평소와 달리 괜찮지 않았던, 아쉬웠던 일에 대해 한 번 써보려고 한다.
바야흐로 2019년 2월(어느새 5년이 흘렀다) 나는 무려 “로컬매거진”을 창간했다. 매거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앞장은 포스터, 뒷장은 접힌 모양대로 9면으로 쪼개진, 그러니까 소식지에 가까운 것이었다. 제주도에는 iiin이라는 로컬매거진이 있다. 계절마다 한 번씩 나오는 이 잡지에는, 제주도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 가게들, 제주도의 먹거리들, 제주 할망들이 청년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코너까지 그야말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나는 제주 여행을 갈 때마다 마치 여행기념품을 모으듯 잡지를 한 권씩 사 모았다.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제주도에 가고 싶을 때면 그 잡지를 사서 읽기도 했다.
제주 iiin처럼 춘천의 구석구석 감춰진 매력과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춘천에 사는 사람들도 춘천에 여행 온 사람들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잡지의 이름은, Our Chuncheon. 함께 잡지를 만들었던 아워테이스트의 아워와 춘천일기의 춘천을 합친 말이기도 하고, ‘우리의 춘천’이라는 뜻이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매거진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어 지어놓고 무척 맘에 들었다.
잡지의 창간일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으로 정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입춘첩을 대문에 함께 붙여두면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뜻이 되는데, 우리는 입춘첩 대신 붙일 수 있는 ‘입춘대길’ 포스터를 만들었다. 입자를 들 입자로 바꿔 入春大吉 “춘천에 오면 다 잘 된다”는 뜻으로 재해석했다.
입춘(천)대길을 크게 호수 한가운데 써 놓고, 호수 주변으로는 춘천의 여러 장소를 그려 넣었다. 춘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소양강처녀상과 스카이워크, 소양강댐과 물레길 카누, 자전거, 오리배까지...
뒷면엔 우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가 어떻게 입춘하게 되었는지, 춘천일기를 자주 찾아주시던 단골손님의 인터뷰도 진행했다. 잡지를 만들고 북페어에도 참여하고, 춘천의 카페와 책방들에 입점도 하고 나름대로 홍보도 열심히 했지만,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 아니 적어도 분기에 한 번씩은 만들려던 잡지는 각자 서로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창간호를 끝으로 더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함께 작업하던 친구와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잡지가 계속해서 만들어졌다면 달랐을까? 입춘을 앞두고 남아있던 포스터 한 장을 문 앞에 붙이며 문득 그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어떠한 것이든 처음 시작은 힘이들지요~~
아무것도 없을때는 황무지개척이고 많이 있을때는 틈새공략이니 힘이들수 밖에 요~~
꾸준한 노력과 인내와 홍보가 필요하겠죠.....
창간호가 끝이었다니 다소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암튼 화이팅을 보냅니다~~
포스터가 예뻐요~~
춘천에 오면 길하다는 뜻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