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기저귀값 3배로 드는데”⋯세쌍둥이 부부가 ‘육휴’ 포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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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유·기저귀값 3배로 드는데”⋯세쌍둥이 부부가 ‘육휴’ 포기하는 이유

    다태아 출산 증가 추세⋯100명 중 5명꼴
    아이 숫자 고려 없는 출산·육아 지원책에 울상
    태아 보험도 고위험군에 속해 거절 당해
    “다태아 부모 특례 등 각종 지원 나서야”

    • 입력 2024.02.11 00:04
    • 수정 2024.02.13 09:45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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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둥이 등 다(多)태아 출산율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나마 태아 수에 맞춰 지급하지 않아 불공평했던 제도는 올해부터 개선됐다. 그러나 단순히 금액이나 기간 등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다태아 가정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의 ‘출생통계‘에 따르면 2022년 다태아는 1만4000명으로 전체 출생아(26만400명)의 5.8%에 달했다. 전국에서 태어나는 아이 10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다태아인 셈이다. 1990년대 1%대에 불과했던 다태아 비중은 2002년 2%, 2012년 3%, 2018년 4.2%로 올라섰고, 2021년 처음으로 5.4%로 5%대를 넘어섰다. 

    다태아 출산이 증가하는 이유는 여성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다태아 출산 확률이 높은 난임시술을 받는 부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태아 출산이 늘자 올해부터 정책적 지원도 확대됐다. 그동안 아이 한 명당 100만원인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금은 다태아에게 아이 수와 무관하게 총 140만원이 일괄적으로 지원됐는데 올해부터 1명당 1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산후도우미도 쌍둥이든 세쌍둥이든 최대 2명까지만 지원이 됐는데 올해 들어서야 아이 수대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전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 출생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전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 출생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하지만, 다태아 부모들은 정책이 여전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단지 숫자를 기준으로만 아이 한 명당 육아휴직 기간을 부여한다거나, 휴직급여 주는 방식은 단태아 부모와 비교해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불합리한 제도는 ‘육아휴직급여’가 꼽힌다. 지난해 세쌍둥이 부모가 된 춘천 중부지구대 김종무 경장·강원도청 공공의료과 남소라 주무관 부부는 현재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육아휴직 첫 달부터 3개월차까지는 월급의 100%, 4개월차부터는 월급의의 80%를 받았다. 다만, 1~3개월차는 250만원, 4~12개월차는 150만원으로 상한액이 정해져 있다. 급여가 낮은 경우는 상한액을 다 받지도 못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이 셋을 한 번에 키우려면 양육비가 3배로 나가는데, 상한액 기준은 단태아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월 급여의 100%로 지급되는 기간이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고 상한액도 1개월차 200만원에서 매월 50만원씩 늘어나게 바뀌었지만, 세쌍둥이를 키우는 부모로서는 이마저도 부족하다. 제도의 초점이 아이 한 명 기준으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휴직 기간도 아이 한 명당 1년을 주지만, 이 또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게 다태아 부모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예를 들어 세쌍둥이면 3년이 주어지는데 휴직기간동안 일 하면서 받는 급여보다 낮은 지원금으로 생활해야 한다. 하지만, 이 돈으로 3년간 생활하기 넉넉지 않을 뿐더러 경력 단절의 위험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아이 3명분을 몰아서 1년 동안 활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온전히 주어지는 육아휴직 기간도 못쓰는 것도 억울한데 그렇다고 휴직 기간동안 몰아서 급여를 받는 게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부부는 아이 1명에 해당하는 휴직기간 1년만 채우고 복직을 고민하고 있다. 휴직급여만으로는 아이 셋을 동시에 양육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김 경장은 “3년까지 유급이긴 하지만, 일단 오는 5월쯤 복직하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려 생각 중”이라며 “유급 기간이 줄더라도 아이 셋에 해당하는 급여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세쌍둥이를 출산한 박광호 춘천경찰서 수사과 경사와 탁은희 대한적십자사 강원혈액원 간호사 부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이 셋을 돌보기 위해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신청했지만, 경제적으로 생활이 어려워 근심이 깊다.

    박 경사는 “아빠도 유아 휴직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제도가 마련됐지만, 상한선이 있고 본봉을 다 받는 게 아니다 보니 아이 셋을 육아하는데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런저런 지원금을 챙겨주지만, 넉넉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다태아의 보험환경도 개선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다태아 출생아는 저체중이거나 산모가 조기 분만하는 비율이 높아 태아보험 가입 시 많은 제약이 따른다. 세상에선 ‘애국자’라며 격려하지만, 현실에선 단지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마저 거부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들 세쌍둥이를 낳은 두 부부도 모두 태아보험 가입을 거부당했다.

    김서룡 서울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노무사는 “육아휴직급여가 이른바 3+3에서 6+6으로 확대됐지만, 다태아를 키우는 가정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금전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기간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다태아 부모들에게는 특례를 통해 상한액을 인상해주는 등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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