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의 동의보감] 허리가 아픈데 발가락에 침을 놓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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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의 동의보감] 허리가 아픈데 발가락에 침을 놓는 이유

    • 입력 2024.01.23 00:00
    • 수정 2024.01.25 08:13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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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몸이 불편해 한의원에 오신 환자분께 침을 놓다 보면 여러 질문을 받게 됩니다. “침을 왜 거기다 놓나요?” 허리가 아파서 침을 맞으러 왔는데 한의사가 발가락에 침을 놓으니 당연히 의심이 들겠지요.

    침을 이해하려면 우선 경락과 경혈을 알아야 합니다. 경락마사지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경락이란 ‘기가 흐르는 통로’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혈관은 피가 흐르는 통로로 눈에 보이지요. 땅 위에 하천은 혈관에 해당하고, 땅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수는 경락이라고 이해를 하셔도 될 듯합니다.

    우리 몸속에는 기가 흐르는 12가지 종류의 경락이 있으며 각각 오장육부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5장 6부면 11개지 왜 12개냐 하실 수 있는데요. 오장육부에 속하지는 않지만 경락만 존재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을 ‘심포경락’이라 부릅니다. 우리 말에 “심보가 고약하다” “심보를 잘 써야지” 하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심보라는 것이 바로 ‘심포’이지요. 심포는 장부는 아니지만 경락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12가지의 경락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경락의 또 다른 역할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사기(바람, 습기, 더위, 찬 기운, 세균, 바이러스 등)를 막는 것인데요. 우리 몸에는 12가지 경락에서 파생된 조그마한 경락들도 많으며, 이러한 작은 경락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우리 몸을 둘러싸서 나쁜 기운을 걸러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 외에 기경팔맥이라는 것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중완(명치와 배꼽 사이, 소화불량에 효과) 인중(코밑, 인사불성이 되었을 때 지압), 백회(머리 꼭대기, 두통이 있을 때 피를 빼주면 시원) 등이 있습니다. 이곳들은 경락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 혹은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뭄이나 홍수를 대비해 파놓는 저수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허리 부위와 발가락은 경락으로 연결되어 있어 허리가 아프다고 하더라도 발가락에 침을 맞을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허리 부위와 발가락은 경락으로 연결되어 있어 허리가 아프다고 하더라도 발가락에 침을 맞을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경혈이란 혈자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바로 침놓는 자리를 말하지요. 경혈은 1년 365일에 비유해서 우리 몸에 365개가 있습니다. 침을 놓는다는 것은 경락 선상에 있는 경혈에 침을 찔러서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허리가 아픈데 발가락에 침을 놓는 것은 허리 부위와 발가락이 경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소화가 안 될 때 손을 따는 것도 위장과 손가락이 경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쉽게 말해 벽에 있는 스위치를 올리면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천장의 불이 켜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침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흔히 생각하시는 허리 아픈데 허리에 침 맞는 것은 ‘체침’이라 부릅니다. 가끔 오른쪽이 아픈데 왼쪽에 침을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혈과 관계없이 눌러서 아픈 자리에 침을 맞는 경우도 있으며 체질침이라 하여 손가락 발가락에 2개씩 맞는 침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침을 찌른다고 무조건 병이 낫는 것은 아닙니다. 침을 놓을 때 깊이와 방향, 금기사항이 중요하므로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합니다. 특히 침을 놓을 때는 부위나 깊이가 중요한데요. 함부로 가슴이나 배 쪽에 침을 놓다가 폐나 심장, 위나 장, 간에 찌르면 큰일 나겠지요. 침을 놓는 방향도 중요합니다. 방향에 따라서 기운을 보태주기도 하고 빼주기도 하며 이것을 보사(補瀉)라고 합니다. 또 침을 놓은 다음에 침을 돌리기도 하는데 그 방향에 따라서 기운이 더해지기도, 빠지기도 합니다.

    침의 금기사항이 있습니다. 과거 인기 드라마 ‘허준’에 보면 허준 선생이 내의원에 들어갈 때 시험문제로 나왔었지요. 음주 전후, 땀을 많이 흘렸을 때, 화가 났을 때, 허기질 때, 출산 후 3주 이내, 몹시 놀라고 무서울 때 등등의 경우는 침을 맞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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