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공자와 말탕개미길 : 춘천향교와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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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공자와 말탕개미길 : 춘천향교와 춘천

    • 입력 2024.01.18 00:00
    • 수정 2024.01.19 17:11
    • 기자명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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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

    조선시대 국공립 교육 기관으로 서울에는 성균관이 있고 지방에는 향교가 있다. 여기에 지역의 유림이 주축이 되어 세운 사립 교육 기관으로 서원이 있다. 우리나라에 교동(校洞)이란 지명은 상당수 존재하는데, 교동으로 불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향교가 있거나 있었다. 교동은 향교의 교(校)와 마을을 뜻하는 동(洞)을 합하여 말한 것이다. 향교에서는 지역 인재 양성 교육을 주목적으로 하였지만, 성현의 뜻을 받들어 그들을 제사하는 기능도 수행하였다. 이러한 기능에 따라 향교의 배치 양식은 앞쪽에 교육 공간을 두고 뒤쪽에 제사 공간을 두는 전학후묘(前學後廟) 양식을 취하였다. 교육 공간에는 강당인 명륜당과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 및 서적을 보관 관리하는 장수루가 있고, 제사 공간에는 성현을 모신 대성전과 관리 비품을 넣어두는 동무와 서무가 있다.

    춘천향교는 그 역사가 고려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말 유학자이자 조선 태종의 스승이었던 운곡 원천석은 춘천향교의 친구들에게 시를 보낸 사실을 통해 춘천향교가 고려 말에 이미 존재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즈음에 강릉향교도 설립되었으니, 춘천향교의 연원 또한 오래인 것이다.

    춘천향교 홍살문과 하마비. (사진=춘천학연구소 제공)
    춘천향교 홍살문과 하마비. (사진=춘천학연구소 제공)

     

    춘천향교 대성전에는 공자·안자·증자·자사·맹자의 위패와 동편으로 설총을 위시한 아홉 분의 위패, 서편으로 최치원을 위시한 아홉 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봄가을로 공자의 가르침을 기리는 석전제를 지내며 지금까지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공자와 성현을 배향하는 성균관과 향교 권역은 일종의 신성불가침 구역이었다. 춘천향교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이러한 상황을 알려주는 지명이 있어 주목된다. 그 지명이 바로 ‘말탕개미길’과 ‘말탕개미고개’다.

    ‘말탕개미길’은 ‘말탕 + 개미 + 길’이 합성한 듯 보인다. 그러면 말탕은 무엇이고 개미는 부지런히 일하는 곤충 개미를 말하는 것인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단어결합이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춘주속지春州續誌』의 ‘각면소지명(各面小地名) 및 인사(人事)’ 부내(府內) 조(條)에 ‘마승감(馬乘監)’이란 지명이 보인다. 마승감은 말 마(馬) + 탈 승(乘) + 살필 감(監)으로 마승(馬乘)은 ‘말을 타다’고, 감(監)은 ‘살핀다’이니, 말을 탔는지 말에서 내렸는지를 살핀다는 뜻이다. 공자와 성현을 모시고 있는 향교 앞에서는 지위고하를 논할 것도 없이 말에서 내려야만 했다. 이러한 불문율로 향교 정문 격인 홍살문 곁에는 예외 없이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下馬碑)가 세워졌고, 향교 앞을 지난 후에야 말을 탈 수 있었다.
     

    1990년대 춘천향교전경. (사진=춘천시 제공)
    1990년대 춘천향교전경. (사진=춘천시 제공)

    ‘말탕개미길’에서 ‘말탕’은 ‘말 탄’이란 뜻이고 ‘개미’는 살핀다는 한자 ‘살필 감(監)’을 음차 하여 표기하며 ‘감이’가 ‘개미’로 변하였다. 즉 ‘말을 탔는지를 살핀다’라는 뜻의 마승감이란 지명이 ‘말탕개미길’로 변한 것이다. ‘말탕개미길’ 지명에는 춘천향교의 지역 내 위상이 담겨 있으며 공자와 성현을 숭모했던 시대상도 들어있다. 어찌 되었든 공자는 500년이란 긴 시간을 조선의 시대정신을 대변했던 인물이고 지금도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어느 정도는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자의 사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저서 『논어』가 여전히 인생에 한 번은 꼭 읽어야 하는 스테디셀러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말탕개미길’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도로명 주소에는 빠져 있지만, 춘천의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지명임에는 분명하다. 아무튼 ‘말탕개미길’은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지명이라는 점에서 지역 문화자산이자 유산이 분명하기에 보존할 가치가 분명하지 않겠는가.

     

    ■허준구 필진 소개
    -강원도 지명위원회 위원
    -춘천시 교육도시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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