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만난 유럽⋯‘나니아의 옷장’에서 맛보는 브런치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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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서 만난 유럽⋯‘나니아의 옷장’에서 맛보는 브런치 한끼

    [동네 사장님] 7. 브런치 카페 ‘어나더패브릭’
    재봉하는 한혜진 대표, 제2의 인생 담은 공간
    영국 고가구, 이태리 그릇 등 유럽 감성 재현
    일상에 숨은 비일상적 경험, 모녀 손님 많아

    • 입력 2024.01.13 00:05
    • 수정 2024.01.18 08:5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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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춘천 후평동 아파트 숲속,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고풍스러운 빨간 벽돌집이 행인을 반긴다. 현관 입구부터 소품 하나까지 크리스마스 시즌 유럽의 포근한 가정집을 연상케 한다. 이곳은 1980년대 지어진 주택을 개조해 유럽 감성으로 재해석한 ‘어나더패브릭’이다.

    어나더패브릭은 소잉(sewing, 재봉‧바느질) 디자이너 한혜진(46) 대표가 패브릭(fabric, 직물‧천)을 주제로 기획해 2022년 창업한 브런치 카페다.

     

    춘천 후평동 아파트 단지 사이 자리잡은 브런치 카페 어나더패브릭.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 후평동 아파트 단지 사이 자리잡은 브런치 카페 어나더패브릭. (사진=권소담 기자)

     

    영국 소설가 C.S 루이스의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 :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어나더패브릭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모티프다. 소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시골 마을 친척 집에서 지내던 아이들이 숨바꼭질 중에 낡은 옷장을 발견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옷장 안으로 들어가자 겨울이 영원히 지속되는 세계인 ‘나니아’가 나오고, 아이들의 모험의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한혜진 대표가 가진 정체성, 카페를 찾은 손님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비일상의 경험, 공간이 주는 고풍스러운 분위기 등은 나니아 연대기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어나더패브릭을 찾은 손님들은 가게에 머무는 동안 짧은 유럽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 완벽한 비일상적 경험에는 한 대표의 ‘디테일’이 한몫했다.

    결혼과 출산 이후 새로운 꿈을 찾아 매일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녀를 12일 만났다.

     

    한혜진 대표가 한 눈에 반한 고풍스러운 나무 천장. (사진=권소담 기자)
    한혜진 대표가 한 눈에 반한 고풍스러운 나무 천장. (사진=권소담 기자)

     

    Q. 여기가 춘천인지, 유럽인지 모르겠어요.

    30년이 넘은 주택인데, 나무로 된 천장을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직접 개조하고 싶었죠. 지금 앉아있는 의자와 테이블 모두 영국에서 들여온 고가구죠. 창문은 바깥의 살구나무를 온전히 볼 수 있도록, 통창이면서 동시에 바깥으로 밀어 여는 방식을 살리고 싶어서 주문 제작했고요. 저희 가게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트리를 꾸미는 장식도 수년에 걸쳐 수집한 빈티지 ‘마담 알렉산더’ 인형이에요.

    Q. 2층은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특이한 구조네요.

    나니아 연대기에선 옷장에 들어갔더니 새로운 세계가 열리잖아요. 옷장은 제2의 인생을 열어준 재봉, 옷을 만드는 작업과 손님들께 전하고 싶은 ‘비일상적 경험’을 상징하는 물건이에요. 어나더패브릭을 찾은 분들이 완전히 공간에 녹아들어 현실의 걱정을 잊고 ‘힐링’하셨으면 좋겠어요.

     

    한혜진 대표가 옷장으로 만든 2층 출입구를 열어보이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한혜진 대표가 옷장으로 만든 2층 출입구를 열어보이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디자인적인 감성과 디테일이 메뉴에도 드러나는 것 같네요.

    30~40대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브런치 카페예요. 딸이 와보고는 “엄마랑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주부들이 집에서 가족을 위해 매일 차리는 밥상 말고,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을 맛보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맛은 기본이고, 시각적으로도 만족할 수 있도록 플레이팅(Plating)에 최선을 다합니다. 겨울에만 선보이는 ‘홀리데이 플레이트’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스탠딩 그릇에 담아 제공해요. ‘나니아’처럼 일상에 숨은 비일상적 경험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Q.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단골손님들은 제철 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메뉴를 많이 찾으세요. 여름엔 초당 옥수수 베이글, 가을엔 무화과 오픈 토스트를 만들거든요. 사과를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겨울까지는 애플 브리치즈 오픈 토스트를 판매할 계획이고요. 와인과 각종 향신료, 과일을 넣어서 끓이는 뱅쇼도 겨울 추천 음료죠. 앞으로는 달마다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먼슬리(Monthly) 메뉴’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아이스 음료엔 곰돌이 모양 얼음을 넣어요. 특히 카푸치노는 드라이한 거품을 많이 내 시나몬 스틱을 올려 꾸준한 수요가 있는 메뉴입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하겐다즈 프렌치토스트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죠. 음료는 우동착 고객이라면 10% 할인을 해드립니다.

     

    유럽 감성이 살아있는 어나더패브릭의 브런치 메뉴. (사진=어나더패브릭)
    유럽 감성이 살아있는 어나더패브릭의 브런치 메뉴. (사진=어나더패브릭)

     

    Q. 재봉과 카페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나요?

    패브릭은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를 연상시키잖아요.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들 수 있는 기능도 있고요. 어나더패브릭은 카페로 형상화된 직물이 주는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현관에 들어서면 보이는 원피스와 곳곳에 세워둔 마네킹이 입은 옷 전부 직접 만들었어요. 계절감에 맞게 매번 바꿔서 분위기를 달리합니다. 1월까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니까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준 옷을 전시했어요. 테이크아웃 잔에도 자투리 천을 붙여 포인트를 줍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고 싶거든요.

    Q. 재봉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임용시험에 떨어진 후 결혼하면서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하지만, 원래 전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거든요. 아이 둘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는 제 꿈을 찾고 싶었어요. 에너지를 쏟아부을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아이를 키울 땐 외벌이 형편에 제 옷을 살 여유가 없잖아요. 돈을 아끼려고 직접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고, 책을 찾아보면서 공부했습니다. 2014년 거두리에 제 작업실을 겸한 카페를 처음 열었을 때 남편이 “월세 25만원만 벌면 된다”고 적극 응원해 줬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주 1회 소규모로 재봉 수업을 운영하고 있고요.

     

    한혜진(46) 어나더패브릭 대표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카페 내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입고 있는 원피스는 한 대표가 직접 제작한 옷이다. (사진=권소담 기자) 

     

    Q. 대표님은 자기 긍정의 아이콘 같아요.

    재룟값을 생각하면 남는 게 없고, 경기 침체로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한 도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시판 제품이 아니라 최상급 생크림을 써서 매일 레몬을 짜고 리코타치즈를 만들어요. 매일 12시간씩 일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새로운 경험이고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과 커피, 장식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하고요. 일상에 지친 분들에게 잠시나마 힐링을 줄 수 있는 어나더패브릭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게요.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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