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 도시’에 도전장 내민 평양냉면⋯2대째 면 뽑는 ‘메밀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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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국수 도시’에 도전장 내민 평양냉면⋯2대째 면 뽑는 ‘메밀회관’

    [동네 사장님] 6. 메밀들의 모임 장소 ‘메밀회관’
    자가제면부터 모든 재료 손수 만들어 한상에
    30년 업력 부모님에 10년간 맛집서 비법 얻어
    전국에 없는 평양냉면 만들어 마니아층 형성

    • 입력 2024.01.06 00:06
    • 수정 2024.01.08 18:00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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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춘천 ‘소울푸드’ 중 하나는 막국수다. 시내 어디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어 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막국수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다양한 설이 있다. 거창한 재료 없이 메밀로 ‘막’ 만들어 먹는 국수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맛이 좋아 ‘맛국수’라 부르던 게 막국수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름처럼 막국수는 조리 과정이 쉽고 빠른 음식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면부터 양념장, 육수 등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들어 정성이 담긴 한 그릇을 내는 막국숫집이 있다. 춘천 동면 장학리 소양강변에 자리잡은 ‘메밀회관’이다.

     

    메밀회관 박훈(39) 대표. (사진=진광찬 기자)
    메밀회관 박훈(39) 대표. (사진=진광찬 기자)

     

    메밀회관 박훈(39) 대표는 30년 넘게 막국숫집을 운영해 온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그렇지만, 맛집으로 소문난 부모님 손맛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메밀회관의 문을 열기 위해 10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유명 식당들의 비법들을 배웠다.

    박 대표는 막국수를 넘어 메밀을 이용해 만드는 면 요리에는 도가 트였다고 자부한다. 최근에는 ‘막국수 도시’에 당당히 평양냉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어 인기를 얻고 있다. 메밀회관의 또 다른 인기메뉴는 가마솥으로 만든 손두부다. 박 대표가 꼬박 4~5시간을 투자해 만든다. 정성을 요리하는 그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10년 동안 전국 식당을 돌며 비법을 전수받았다고요.

    메밀회관을 오픈하기 전까지 서울에서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으로 일했어요. 당시 요식업에 직접 몸을 담고 있진 않았지만, 막국수 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차를 판매하면서 친해진 맛집 사장님들에게 각종 영업 비법 등을 묻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충청도, 전라도 등 수십년 경력을 자랑하는 가게들을 돌며 노하우를 얻어왔죠. 서울에 유명하다는 면 요리 집은 모두 갔다 왔을 정도예요.

    Q. 어머니에 이어 2대째 막국수집을 운영하는 거라고요.

    부모님이 30년 넘게 홍천에서 막국숫집을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 어렸을 때 일을 돕기도 했거든요. 홍천에서 막국수가 잘 되니까 춘천시민들은 더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맛, 기술, 정성을 그대로 물려받았거든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 연구하고요. 가게 상호를 짓는데도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메밀의 모임 장소’라는 의미로 메밀회관으로 지었어요. 메밀면 요리를 섭렵했다는 뜻이죠.

     

    춘천 동면 장학리 '메밀회관' 내부 모습. 이곳에서는 각종 막국수와 평양냉면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 동면 장학리 '메밀회관' 내부 모습. 이곳에서는 각종 막국수와 평양냉면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모든 재료를 직접 다 만든다고요.

    맛에는 정말 자신이 있습니다. 모든 음식에 정성을 쏟아붓거든요. 반죽을 만드는 메밀가루를 배합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가제면을 해요. 비법 양념장과 회막국수에 들어가는 코다리회도 직접 만들어 최소 30일 이상 숙성하고요. 깨를 직접 짜서 기름을 만들고 녹두전의 녹두도 갈아서 부치죠. 비싸고 번거로워도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확실한 맛을 낼 수 없어요. 아침 6시에 나와서 영업을 준비해요.

    Q. 막국수집에서 파는 평양냉면 색다른데요.

    평양냉면은 큰 틀에서 보면 물막국수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물막국수는 일반 막국수에 물이나 육수를 부어서 판매하는데, 제대로 된 개념을 잡고 싶었어요. 전국에 없는 맛을 구현했어요. 슴슴한 맛을 추구하는 다른 집들과는 맛이 조금 달라요. 약간의 간이 돼 있는데, 한번 맛본 손님들은 많이 찾아요. 막국수에 자신이 있는 만큼 평양냉면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막국수와 함께 먹는 손두부가 인기라고요.

    제가 만든 손두부가 춘천에서 가장 맛있다고 생각해요. 손두부를 만드는데, 시간이 정말 많이 들어가요. 새벽 5시에 나와 가마솥에 콩을 삶는 것부터 시작해요. 손두부를 만드는 기술도 충남 태안 장인에게 비법을 전수받았어요. 빠르게 만들면 1~2시간 안에 완성할 수도 있지만, 귀찮다고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과정을 빼놓지 않아요. 두부는 만드는 시간과 맛이 비례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조금만 시간을 줄여도 고소함이 줄고 맛이 떨어지거든요. 두부를 만들고 나온 비지는 막국수를 드신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해드리는데, 이것 때문에 식사하러 오는 손님들도 여럿 있어요. 두부가 맛있으니까 비지도 다르답니다.

     

    메밀회관 박훈 대표가 메밀 가루를 이용해 막국수 반죽을 만들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메밀회관 박훈 대표가 메밀 가루를 이용해 막국수 반죽을 만들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Q. 친절하고 청결한 가게로도 입소문을 탔던데요.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친절함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맛이 있더라도 친절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신념은 부모님부터 이어오고 있어요. 직원들에게도 항상 강조하고요. 한 상, 한 상 손님들을 찾아 맛에는 변함이 없는지, 불편사항은 없는지 여쭙기도 합니다. ‘우동착’ 댓글에 친절하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은 이유기도 하죠. 청결도 정말 중요해요. 하루에 한 번씩 매장 모든 곳을 청소해요. 맛이 1등인 것보다 친절하고 청결함이 1등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기분이 좋아요.

    Q. 손님들의 재방문율이 높다고요.

    한번 오셔서 맛을 보고 간 손님들이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성원에 보답해드리고자 우동착을 통해 주문하시는 분들게 10% 할인 혜택을 드리고 있어요. 금전적으로 따질 수 없는 지역민과 소통, 화합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유지하는 경영 철학과 신념을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거예요. 매일 일찍 나와서 영업을 준비하다 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기본을 변치 않고 더욱 발전해서 건강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어요. 춘천 동서남북 4곳에 모두 메밀회관을 열어 시민들이 어디서나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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