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경의 동의보감] 구안와사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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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의 동의보감] 구안와사와 한의학

    입 돌아가는 안면 마비를 뜻하는 ‘구안와사’
    중풍, 위 병, 음주 과다 등 다양한 원인 있어
    회복 속도는 나이대별로 달라⋯쑥뜸 효과적

    • 입력 2024.01.09 00:00
    • 수정 2024.01.10 11:18
    • 기자명 김도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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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경 한의사
    김도경 한의사

    흔히 찬바람을 얼굴에 쏘이거나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자면 ‘입 돌아간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안면 마비를 뜻하는 ‘구안와사’는 중풍이 원인인 경우가 가끔 있지만, 대부분 중풍과 관계없이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납니다. 인체의 기혈 균형이 맞지 않거나 음주 과다로 인한 경우도 있지요.

    서양의학에서는 바이러스가 침입해서 안면신경이 마비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바이러스를 풍사(風邪)라고 부르는데, 이 풍사가 몸이 허약한 틈을 타서 침입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안면 마비를 ‘와사풍’이라 부르기도 하며 특히 풍사가 침입한 경우는 귀 뒤쪽에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간혹 위가 좋지 않아서 입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기 드라마 ‘허준’을 보면 공빈마마의 오라비가 입이 돌아가서 허준 선생에게 치료를 받는 장면이 있습니다. 약속한 날짜에 고치지 못해 허준 선생 손모가지가 잘리기 직전에 환자의 얼굴이 회복되어 극적 반전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바로 위가 병들어 입이 돌아간 경우입니다. 당시 드라마에서 구안와사를 4일 만에 고친다고 하여 논란도 있었습니다. 구안와사의 경우 젊은 사람들은 보통 한 달 정도면 낫고 노인분들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치료해야 합니다. 그런데 환자분들이 드라마에서는 4일 만에 고치던데 왜 한의원에서는 한 달씩 걸리느냐며 항의를 했었지요.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입니다.

    얼마 전 치료받으러 온 분 중에 구안와사 환자가 있었습니다. 왼쪽 안면이 마비되어 입도 돌아가고, 눈이 덜 감기는 까닭에 따갑고 눈물이 흐르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식사할 때도 음식이 껴서 먹기가 불편하고 양치할 때 물이 새어 흘러내리는 불편을 겪고 계셨습니다. 이 환자분은 80대의 노인이라 회복 속도가 느렸지만 침과 약을 사용하여 차츰 회복하고 계셨지요.
     

    구안와사(안면 마비)는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구안와사(안면 마비)는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러던 어느 날 환자분께서 “원장님, 쑥은 어디에 좋아요?”라고 물어보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왜 물어보냐고 하니 하시는 말씀이 누가 구안와사에 쑥이 좋다고 해달여 먹는다고 하시더군요. 쑥은 한방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약재이며 뜸의 재료이기도 하지만 주로 냉증이나 부인병에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냉대하나 생리불순, 하혈에 좋습니다. 쑥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므로 화병이 있거나 마르고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약입니다.

    단군신화에 보면 곰이 굴속에서 100일간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것은 춥고 습한 동굴 속에서 100일간 버티기 위해서는 맛이 맵고 성질이 더운 쑥을 먹어야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쑥은 체질이 차고 습한 사람에게 좋은 약이 되며 특히 부인과 쪽의 병에 좋은 효능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중풍이나 안면 마비에 쑥으로 뜸을 뜨는 것은 아주 좋습니다. 백회혈, 풍지혈 등에 뜸을 뜨면 중풍이나 안면 마비의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뜸을 뜨지 않고 달여서 드시면 효과가 없습니다. 건강관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해도 체질과 증상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백화점에 비싸고 좋은 옷들이 많이 걸려 있지만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입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 건강한 한 해 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김도경 필진 소개
    - 희망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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