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적정규모 학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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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적정규모 학교가 필요하다

    • 입력 2024.01.03 00:0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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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어느 초등학교 학생은 모두 14명이다. 이 학교는 1학년 4학년, 2학년 6학년이, 3학년 5학년을 한반으로 편성해 3복식 수업을 하고 있다. 교직원은 모두 17명이다. 교장과 담임교사 3명, 과학과 체육 전담교사 각 1명, 영양교사와 유치원교사가 1명씩 있다. 통학거리가 멀어 2대의 통학버스에 운전사와 안전도우미 등 총 4명이 있고, 행정실장과 직원 1명이 있다. 급식을 위해 2명이 근무하고 돌봄전담사 1명이 있다. 이처럼 교직원 수가 학생 수 보다 많은 학교는 전국적으로 254곳에 이르고, 강원도에도 29곳이나 된다. 이런 학교에서는 정말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질까.

    소규모학교가 교육적으로 문제가 된 지 30년이 되었다. 가능성이 보인다면 작은 학교를 살리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실제 강원도교육청은 ‘강원교육희망재단’까지 만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작은 학교 희망 살리기 사업’을 10년 이상 계속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최근에는 농촌유학사업을 주요 정책으로 설정해 수도권 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지자체와 협력해 유학오는 학생이나 가족의 필요경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농가 홈스테이, 유학센터 운영, 일시가족체류 지원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시대적으로 과연 적합한 것일까. 전 가족 이주가 아니라면 농촌 유학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도시에서는 위장전입을 단속하면서 농촌에서는 위장전입을 조장하는 것은 교육청이 할 일은 아니다.

    한때 작은 학교가 다양한 노력으로 많은 학생이 몰려 학교를 살렸다는 보도가 종종 있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교육 내용을 특성화하고 학교 운영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런 학교의 공통점은 ‘원래의 학생’이 철저하게 소외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교육법은 통학구역을 설정하고 특정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지정하고 있다. 이 학생들이 바로 학교의 진짜 고객이다. 이들의 교육적 필요와 요구가 학교와 교육청의 관심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학교와 교육청이 학생 숫자를 늘리거나 마을을 살리겠다고 하는 것은 고유업무에서 벗어난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한때 언론의 조명을 받던 학교의 현재 모습을 보라. 과연 지금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우리나라 미래 인구추계는 절망적이다. 합계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초·중·고 학생 수는 지난해 528만명에서 2040년 268만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의 아이들 몇 명을 잠시 빌려 학교를 채우는 것이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학교를 살리자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떤 학교가 지금 우리가 맡고 있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다. 필자는 소규모학교 유지의 대안이 적정규모 학교로의 재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적정규모 학교로 가자면 현행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이 불가피할 것이다. 혹자는 ‘경제논리’나 ‘교육의 공공성’을 근거로 반대할 수도 있겠다. 당연히 획일적인 기준에 따른 일괄 재조정은 반대한다. 최소 ‘1면1교 통합학교’가 필자가 생각하는 모델인데, 이는 지역에 최소한의 학교를 유지하면서, 적정규모에 접근하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2024년 갑진년 새해가 강원교육의 재구조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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