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신드롬’을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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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신드롬’을 보는 시각

    ■ [MS투데이 칼럼] 한상혁 콘텐츠전략국장

    • 입력 2024.01.04 00:00
    • 기자명 한상혁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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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혁 콘텐츠전략국장.
    한상혁 콘텐츠전략국장.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집권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정치에 데뷔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그동안 수시로 TV와 언론매체에 등장할 때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급’이 다른 인물임을 스스로 입증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경력이나 언행에서 보면 정치 쪽과는 한동안 거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했다. 과거 ‘잠룡’ 취급 받던 인사들이 적절한 타이밍을 잡으려고 이리재고 저리 재던 모습들과 달라 이 역시 신선하게 느껴진다.

    똑똑하고 말 잘한다는 점은 부차적이고, 한 위원장이 정치인으로서 가지는 최대 무기는 ‘법과 정의’라는 이미지다. 대통령이 해야 할 임무 중 하나가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한동훈을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올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더는 ‘잠룡’이라 부를 수 없게 된다. 대선에서 유력한 상대가 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매치업은 얼마 전까지 수사를 이끌었던 법무부 수장과 피의자라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생각하기 싫은 구도가 될 것이다.

    한동훈 열풍은 특수하게 맞물려 돌아간 정치 지형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은 ‘묵시적 청탁’과 ‘경제 공동체’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랐다. 이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정권을 탈환한 대통령은 그보다 훨씬 쉽게 성립할 수 있는 혐의들로 언젠가 수사를 받게 될지 모른다. 대선 후보였던 현 제1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똑같은, 혹은 상응하는 법과 정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법과 정의의 잣대를 가져다 댈 것”이란 이유만으로 일생 검사였던 인물을 단번에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 정신이 아직도 남아서 한동훈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법과 정의라는 이미지는 한동훈 위원장에게 무기인 동시에 약점이다. 한국의 역사는 독립국가-법치국가-민주국가-경제 고도화라는 시대 흐름을 따르고 있었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인명의 나열이 바로 이 점을 보여준다. 대통령은 단순히 개인 역량의 경쟁이 아니라 시대가 선택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인제 와서 다시 ‘법과 정의’인가? 21세기 대한민국이 법과 정의를 다시 화두로 꺼내야 할 만한 국가로 퇴행했나? 정치인 한동훈이 ‘큰꿈’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점에 대해 답변할 의무가 있었다.

    한 위원장은 취임연설에서 이 질문에 답했다. 민주당의 ‘586 운동권 특권세력’을 과거의 적폐로 규정하면서 이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검사와 피의자라는 고리타분하고 논쟁적인 대결 구도를 미래 세력과 운동권 구태 세력의 대결 구도로 바꿔 놓았다. 집권 세력으로 변질한 운동권 세력은 대한민국이 압축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겪으면서 나타난 필요악이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불필요한 악이다.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그 말에 과거 민주화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시대의 대의가 담겨 있다. 민주당 역시 운동권 적폐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시대로부터 도태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은 민주화만큼이나 중요한 시대적 대의일지 몰라도 오랫동안 유지될 수는 없는 패러다임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빠른 인구 소멸,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 양극화, 소득 양극화 같은 첨단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음 대통령이 ‘법과 정의’, ‘운동권 적폐 청산’을 아무리 강조해도 이 문제를 풀어낼 수는 없다. 운동권 적폐 청산을 넘어서는 다음 시대 정신과 그에 맞는 인물을 찾아내는 일에 서둘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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