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소비기한 표시제’, 아직도 유통기한 표기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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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길 먼 ‘소비기한 표시제’, 아직도 유통기한 표기하는 이유는?

    내년부터 소비기한 표시제 본격 시행
    대다수 제품 유통기한 그대로 소비기한
    관련 업계, 제도 이행 어려움 토로
    1년간 계도기간에도 소비자 혼선 여전

    • 입력 2023.12.13 00:03
    • 수정 2023.12.18 09:14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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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기한 대신 소비해도 되는 기한을 알려주는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식품 판매 허용 기한인 유통기한제을 소비기한제로 바꿨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앞서 현장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1년간 계도기간을 뒀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관련 기준을 어기면 행정처분·과태료가 부과된다.

    새해부터는 식품의 제조 시점부터 품질 안전 한계기간이 60~70%인 유통기한 대신 80~90% 범위인 소비기한만 포장지에 쓸 수 있다. 제조 이후 100일 지나 품질이 변하는 식품이라면 통상적으로 유통기한은 60~70일, 보관 방법을 준수한 소비기한은 80~90일이다. 식약처가 발표한 참고값을 보면, 가공두부 유통기한은 7~40일이지만, 소비기한은 8~64일로 더 길다.

    소비기한을 도입한 목적은 식품을 먹을 수 있는 실제 기한을 표기해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자는 취지다. 정부는 소비기한 도입에 따라 가공식품 폐기가 감소해 연간 9000억원에 달하는 편익이 날 것으로 추정했다.

     

    춘천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콩나물 포장재에 여전히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는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 
    춘천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콩나물 포장재에 여전히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는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 

     

    하지만,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더라도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산자가 식품에 대해 적절한 소비기한을 설정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실험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직도 유통기한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

    실제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면서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된 제품은 소비기한 표시 대상 5만1928개 가운데 1693개(3.3%)에 불과했다. 나머지 96.7%(5만235개)는 표기만 바뀌었을 뿐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이 똑같거나 아직 유통기한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식품제조가공업 등 관련 중소 식품 업체들은 소비기한제 도입을 두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춘천에서 향토 식품을 만드는 업체 대표 A씨는 “소비기한제가 도입되면서 실제 포장재에 적히는 날짜가 길어져야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대기업과 달리 정확히 연구·실험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 식탁에 오르는 제품인 만큼 조심스러워 어쩔 수 없이 날짜는 그대로 두고 유통기한 글자만 소비기한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혼선이 예상된다. 해가 바뀌더라도 올해 안에 생산된 제품이라면 소비기한이 기재돼 있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다.

    춘천의 한 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49)씨는 “두부나 콩나물 같은 식재료는 날짜를 먼저 보게 되는데,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의 차이점은 잘 모른다. 그냥 기간이 긴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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