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운전대 놓고 싶지만⋯고령운전자 면허증 반납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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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운전대 놓고 싶지만⋯고령운전자 면허증 반납의 현실

    ■신승환 춘천경찰서 교통조사팀 경위

    • 입력 2023.12.13 10:03
    • 수정 2023.12.14 08:22
    • 기자명 신승환 춘천경찰서 교통조사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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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환 춘천경찰서 교통조사팀 경위
    신승환 춘천경찰서 교통조사팀 경위

    어느덧 따뜻한 난로에 모여 군고구마를 먹는 12월의 겨울이다. 결빙된 도로를 운전하던 어느 날 이른 아침, 어두운 탓에 잘 보이지 않는 보행자들의 외투 사이로 하얀 입김이 올랐다. 그때 문득 새벽에 운전하는 것이 어려울 나이가 된 어르신들 생각이 났다. 자연스레 얼마 전 춘천에서 발생한 큰 사고를 떠올리게 되었다.

    며칠 전 새벽 기도를 마치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이 80세가 넘은 고령 운전자의 차에 치이는 사고가 있었다. 도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운전자의 부주의로 현장에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고였다. 나도 나이를 먹게 되면 그들과 같이 고령 운전자가 되겠지만, 다시 한번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상기하게 되었다.

    도로교통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건수 중,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으로 증가(약 8.8%) 추세다. 반면, 2020년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 333만명 중 면허증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약 7만3293명이고 2021년 면허 소지자 368만명 중 면허증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약 7만6002명이다. 2022년 역시 면허 소지자 중 면허증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약 8만3997명에 그친다. 고령 운전자는 매년 증가 추세이나 반납률은 2. 2%에서 2. 1%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의 홍보 부족으로 인해 더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노인분들의 경우 몸의 노화(뇌 기능 저하, 관절 등 신체활동 부자유, 인지 능력 저하) 등으로 인해 병원 등 의료 기관 방문을 주목적으로 자동차를 사용하고 있다.

    핵가족화, 생계 문제 등으로 가족들이 노인들을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노인들에게 운전면허를 반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노령 1인화 시대의 사회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발생은 앞으로도 예견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고령 운전자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하기를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고령 운전자 사고 발생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며 그 결과도 매우 참혹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 운전자 중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신 분들에 대한 혜택으로 병원 내방 시 차량 편의 우선 제공, 병원 진료비 일정액 감액, 대중교통 무료 이용 및 택시 우선 배차, 지역 상품권(10만원상당) 증정 등으로 고려해봤다.

    이제는 경찰의 노력뿐 아니라 관계 기관 및 지역 사회 전체가 나서서 더 큰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행동 실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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