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육림고개에서 만난 사람들 ⓵구스타프 케이크 & 아가사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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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육림고개에서 만난 사람들 ⓵구스타프 케이크 & 아가사 식당

    • 입력 2023.12.11 00:00
    • 수정 2023.12.13 00:15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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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육림고개 매장을 닫은 지 1년이 넘었다. 여행자들과 만나던 따스한 공간은 어느덧 강냉이들이 잔뜩 쌓여있는 창고가 되어버렸다. 청년몰에서 함께 일하던 많은 친구가 육림고개를 떠났다. 많은 여행객으로 북적이던, 일명 춘천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던 육림고개는 어느새 조금씩 잊히고 있는 것 같다. ‘청년몰의 실패, 세금 낭비’ 클릭을 얻기 위한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그곳에 남아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육림고개에서 만난, 그리고 아직 그곳에 남아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광주에서 미술을 공부했다던 윤주씨는 청년몰 창업을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춘천에 오게 되었다. 윤주씨는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구스타프 케이크의 구스타프는 바로 그 영화의 주인공,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이다. 윤주씨는 영화 속에 나오는 핑크빛 색감을 꼭 닮은 육림고개 청년몰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구움 과자 집 구스타프 케이크를 만들었다. 윤주씨 옆에는 든든한 친구 예찬씨도 함께였다. 두 친구는 육림고개 청년몰에서 가장 일찍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친구들이었다. 종종 야근을 끝내고 뿌듯한 마음에 사진을 찍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골목길 높다란 하늘 위 걸려있는 조각달 사진 속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곳이 바로 구스타프 케이크였다. 

     

    골목길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곳이 바로 구스타프 케이크. 사진=최정혜
    골목길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곳이 바로 구스타프 케이크. 사진=최정혜

    동갑인 우리는 하는 일도, 떠나온 곳도, 성격도, 살아가는 방식도 그야말로 모든 것이 전혀 다르지만, 춘천이란 낯선 도시에서 새롭게 꿈을 키워가고 있다는 그 단 하나의 공통점으로 어느새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가 되었다. 지난 5년여의 세월 춘천에서 보낸 특별한 날들, 무엇인가 기념하고 축하해야 하는 날들은 늘 구스타프 케이크와 함께였던 것 같다. 윤주 씨가 만드는 케이크는 보기에도 물론 아기자기하고 예쁘지만, 좋은 재료들로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만들어 건강하고 맛있다.

    윤주 씨의 구스타프 케이크를 함께 돕던 예찬씨도,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의 또 다른 주인공의 이름인 ‘아가사’의 이름을 딴 작은 식당을 바로 옆에 열었다. 
    다큐멘터리 3일이 방송되었던 당시, 가장 조명받았던 가게 중의 하나라 구스타프 케이크의 마카롱을 사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골목을 가득 채웠던 일이 떠오른다. 두 친구는 골목길에 사람이 미어터지던 그때나 다시 전처럼 조용해진 지금이나 여전히 함께, 그리고 묵묵히 가게를 열고 지금도 여전히 가장 늦은 시간까지 골목의 불을 밝히고 있다. 

     

    경춘선 쿠키. 사진=최정혜
    경춘선 쿠키. 사진=최정혜

    골목길에 찾아오는 사람이 줄어들자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매장을 넓혀 작업실과 판매 공간을 분리하고 몇 년째 준비하던 배달도 드디어 시작했다. 얼마 전엔 춘천을 주제로 한 쿠키도 선보였다. 이름하여 경춘선 쿠키.

    본인이 좋아하는 경춘선(ITX-청춘이 아니라 경춘선을 좋아한다고 한다)을 모티브로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다 같이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놀러 가는 쿠키 세트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많은 여행자가 경춘선을 타고 육림고개에 와 윤주 씨가 만드는 경춘선 쿠키를 만나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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