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마주막에 조훈일 한번…” 1년간 빈 병 팔아 기부한 80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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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길 마주막에 조훈일 한번…” 1년간 빈 병 팔아 기부한 80대 할머니

    • 입력 2023.12.08 09:23
    • 수정 2023.12.11 00:08
    • 기자명 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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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희씨가 안동 옥동행정복지센터에 성금과 함께 전달한 편지. (사진=안동시 제공)
    이필희씨가 안동 옥동행정복지센터에 성금과 함께 전달한 편지. (사진=안동시 제공)

    80대 노인이 1년간 빈 병을 팔아 모은 돈을 기부하며 쓴 편지가 공개됐다.

    7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시 옥동에 거주하는 이필희(여·85)씨는 지난 5일 옥동행정복지센터에 현금 30만원과 함께 직접 적은 편지를 건넸다. 이씨는 1년간 빈 병을 팔아 모은 돈이라며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는 뜻을 밝혔다.

    이씨가 쓴 편지는 "복지관에서 늦게 배운 글"이라는 설명대로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자가 많지만 정성껏 눌러쓴 편지에 진심이 담겼다.

    이씨는 “내 나이 팔십다섰(여든다섯) 마주막(마지막) 인생을 살면서도 조훈 일(좋은 일) 한버도 못해보고"라며 "이제는 내 아이들 부자는 아니라도 배 안곱푸개(안 고프게) 밥 먹고 뜨신 방에 잠자고 할 수 있스니(있으니) 나도 이제 인생길 마주막에(마지막에) 조훈일(좋은일) 한번 하는 개(게) 원"이라고 했다.

    이어서 "생각해보니 쓰래기장에 빈 병을 모아 팔면 돈이 댈(될) 것 같타(같아) 일월부터 운동삼아 쓰래기장(쓰레기장)에 다니면서 빈 병을 모아 팔았는개 십원도 안쓰고 12월까지 모운개(모은 게) 15만원"이라고 적었다.

    이씨는 글을 마치면서 "내 인생에 첨이고 마주막(마지막)으로 불으한(불우한) 어리니한태(어린이한테) 써보고 십슴니다(싶습니다)"라며 "어릴 때 공부도 못하고 눈뜬 멩인(맹인)이라 글노자(근로자) 복지관 한글 공부로 배운 글이라 말이 안 대는 개(되는 게) 있서도(있어도) 동장님이 잘 이해해서 일어(읽어)보세요"라고 적었다.

    이씨가 기탁한 성금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과 소외계층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옥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힘들게 마련해 전달해 주신 어르신의 마음이 어떤 나눔보다 크고 소중하다”며 “기부해 주신 성금은 어려운 아동을 비롯한 힘든 이웃에게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상혁 기자 sh0293@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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