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학교에 ‘일타강사’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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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학교에 ‘일타강사’가 없는 이유

    • 입력 2023.12.06 00:00
    • 수정 2023.12.08 08:35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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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이다. ‘넘기 힘든 큰 고개’란 의미의 ‘대치(大峙)’란 지역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전국의 대입 수험생들이 이곳에 모여 힘들게 고개를 넘고 있다. 대치동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개를 쉽게 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일타강사’가 그들이다. 

    ‘일타강사’는 ‘일등 스타 강사’의 줄임말이다.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사를 말한다. 일타강사에 관한 드라마와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들의 연봉, 엄청난 가격의 명품시계, 믿기지 않는 씀씀이 등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반면, 그들이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올랐는지, 학생들이 그들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들에게 배운 결과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교육적 분석이나 논의는 별로 없다.

    일타강사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학교를 떠난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며 생각지도 못한 대우를 약속한다면 학교에 머무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둘째, 이들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료를 만들고 학생의 어려움을 파악한다는 점이다. 한 TV 프로그램에 나온 일타강사는 자신의 결혼식날에도 수업 준비를 했다고 하며, 어느 부자의 자가용 비행기 여행에 초대된 강사는 비행기 안에서도 수업 준비를 했다고 한다.

    셋째, 많이 아쉬운 점인데, 이들이 많이 준비하고 잘 가르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철저하게 시험을 준비하는 수업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업이 기출문제나 예상문제 중심이며, 교과의 핵심내용이나 최근동향, 미래 진로적 가치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일타강사의 수업목표는 분명하다. 시험성적을 높이는 것이다. 유명한 수학자 화이트헤드(Whitehead)는 말년에 짧은 교육에 관한 글을 남겼는데, 그의 주장도 이와 비슷하다: “교육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더도 덜도 말고, 한 시간 수업을 통해 바로 요것만은 반드시 알게 하겠다는 수업이 진정한 수업이다.

    학교에서처럼, 한 시간 수업을 통해 인권의식을 제고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학교의 수업은 목표가 불분명하며 수업의 성취기준도 없다. 이론적으로는 그러한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목표 도달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 그러니 수업에서 어떤 부분이 잘되었는지 혹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으며, 특별한 교정없이 수업은 계속 반복된다. 학생들이 일타강사를 찾는 이유다.

    분명한 수업목표 아래 철저히 준비하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한 맞춤형 수업은 학교에서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학교는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먼저 선생님들이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대폭 줄이고, 소신껏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능력있는 교사를 파격적으로 우대하고 교육공간을 학습친화적으로 만드는 것도 절실하다. 요즘 교육정책이나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면 바램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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