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장님] 춘천산 재료로 구현한 프랑스의 맛, 새벽을 여는 빵집 ‘꼼아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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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사장님] 춘천산 재료로 구현한 프랑스의 맛, 새벽을 여는 빵집 ‘꼼아파리’

    [동네 사장님] 1. 프랑스식 빵집, 꼼아파리
    유학파 셰프와 기획자 바리스타 예비부부
    춘천산 농산물로 재해석한 프랑스식 제빵
    출입문부터 소품 하나까지 '파리에서처럼'

    • 입력 2023.12.02 00:02
    • 수정 2023.12.08 10:10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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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의 가게를 발굴하고 ‘동네 사장님’이 가진 철학을 지면으로 전합니다. <편집자 주>

     

    춘천여고 앞 사거리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을 옮겨온 듯한 빵집 ‘꼼아파리(Comme a Paris)’가 문을 열었다. 외관만 ‘파리 감성’인 게 아니다. 수제 햄으로 만든 잠봉뵈르와 구움 과자까지 프랑스 빵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유지방과 설탕이 잔뜩 들어간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레시피를 지향한다.

    정통 프랑스식 제빵을 선보일 수 있는 건 김담현(31) 오너셰프‧대표의 경력 덕분이다. 김 대표는 국내 대학에서 제과제빵을 전공한 후 유학길에 올랐다. 5년간 프랑스에 머물면서 제과‧제빵‧호텔‧조리 기술학교인 EPMT(École de Paris des Métiers de la Table)를 졸업하고 프랑스 제과 국가 자격증(CAP)을 취득했다.

    프랑스에선 파티시에(Patissier,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제과 기술자)와 불랑제(Boulanger, 이스트를 사용한 발효가 이뤄지는 제빵을 다루는 기술자)를 엄밀히 구분한다. 김담현 대표는 학교에선 제과 기술을, 현지 빵집에선 제빵 기술을 익히며 두 분야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귀국 후 다시 춘천에 정착했다.

     

    올해 10월 ‘꼼아파리’를 창업한 김담현 오너셰프(사진 왼쪽)와 고혜영 사업운영총괄실장(사진 오른쪽). (사진=권소담 기자)
    올해 10월 ‘꼼아파리’를 창업한 김담현 오너셰프(사진 왼쪽)와 고혜영 사업운영총괄실장(사진 오른쪽). (사진=권소담 기자)

     

    김 대표의 기술에 춘천만의 색감을 덧입힌 사람은 고혜영(31) 사업운영총괄실장‧바리스타다. 발레 전공자인 고 실장은 한국커피로스터연합에서 바리스타 레벨1 자격을 취득한 커피 전문가일 뿐 아니라 예술과 교육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여기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면서 지역과 사람을 매개한 경험을 더해 로컬 식재료를 수소문하고 사업 방향성을 잡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열정과 추진력이 넘치는 고 실장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라는 마음에 춘천으로 귀촌을 결심하고, 지난해 10월 사북면 지암리에 직접 집을 짓고 정착했다. 

    이어 도전정신까지 닮은 동갑내기 예비남편과 춘천에서 난 식재료로 파리의 맛을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올해 10월 꼼아파리를 개업했다. 오전 3시부터 준비해 오전 7시 30분 영업을 시작하는, 춘천의 새벽을 여는 빵집이다. 겨울 계절 메뉴인 ‘밤 식빵’은 오전 9시 이전에 다 팔릴 정도로 이미 탄탄한 팬층을 보유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연상케 하는 ‘꼼아파리’의 외관. (사진=권소담 기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연상케 하는 ‘꼼아파리’의 외관. (사진=권소담 기자)

     

    Q. 가게 외관만 보면 프랑스 파리 센 강변에 있는 빵집 같아요.

    (혜영) 공간을 구상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곳이 외관입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간판만 보고도 가게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기획했어요.

    (담현) 직접 경험했던 ‘프랑스 빵집’을 구현하려고 했어요. 간판 글씨체며, 소품 하나까지 파리에서 체험했던 것들로 구성했고요. 출입문 위엔 고전적인 느낌으로 ‘64’ 숫자를 표기했는데요. ‘만천양지길 64’ 주소를 프랑스식으로 표현한 거죠. 유럽에선 번지수를 문 위에 써두거든요.

    Q. ‘꼼아파리’는 무슨 뜻인가요?

    (담현) 프랑스어로 ‘파리에서처럼’이라는 뜻입니다. 파리에서 자주 가던 가게 이름이 ‘꼼아리스본’이었어요. 포르투갈식 에그 타르트를 파는 곳인데 ‘리스본에서처럼’이란 뜻이더라고요. 제 가게를 차리면 꼭 ‘꼼아파리’로 이름을 짓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혜영) 꼼아파리의 슬로건은 ‘파리의 맛있는 기억을 빵에 담다’ 입니다. 파리의 맛을 춘천의 색으로 재해석해 표현하려고 해요. 춘천을 상징하는 닭갈비나 막국수를 여러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어요. 메밀을 이용한 깜파뉴, 막국수 타파스, 들기름 휘낭시에 등이죠.

     

    춘천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닭갈비를 재해석한 ‘닭갈비 베이크’.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닭갈비를 재해석한 ‘닭갈비 베이크’. (사진=권소담 기자)

     

    Q. 정통 프랑스식을 지향하면서 지역 재료를 쓰려는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혜영) 춘천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지역 안에서 구하려고 하고 있어요. ‘타르트 오 슈크르’와 ‘애플 시나몬 크럼블 휘낭시에’에 들어가는 사과는 지암리 농장에서 수급하고 있고요. 밤 식빵에 쓸 밤을 구하려고 산을 헤매고 다닌 적도 있어요. 앙버터나 치아바타에 들어가는 감자도 물론 춘천산이고요.

    (담현) 지금은 단종됐지만, 과거 코스트코에서 팔았던 ‘불고기 베이크’를 정말 좋아했어요. 이걸 춘천식으로 바꿔서 ‘닭갈비 베이크’를 개발했는데요. 언젠가 지역 닭갈비 전문점과 협업해서 제빵용으로 쓸 수 있는 닭갈비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Q. 지역의 농업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혜영) 지암리에서 3300㎡(약 1000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어요. 주요 작물은 들깨인데,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을 고민하는 거죠. 맛은 같아도 잘 팔리지 않는 ‘못난이 농산물’을 일부러 쓰기도 하고요. 제빵을 통해 2차 가공물을 만들어 농업 현장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담현)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최하는 ‘로컬푸드 장인학교’를 우수 장학생으로 졸업했어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로컬 페스타’에도 참여하면서 다른 생산자들과도 교감하고 있고요. 저희만의 방식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서고 싶습니다.

     

    꼼아파리는 춘천 사북면 지암리에서 난 사과로 만든 애플 시나몬 크럼블 휘낭시에 등의 메뉴를 만들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꼼아파리는 춘천 사북면 지암리에서 난 사과로 만든 애플 시나몬 크럼블 휘낭시에 등의 메뉴를 만들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담현) 고기를 일주일간 염지한 후, 수비드 과정을 거쳐 직접 배합한 향신료를 첨가해 잠봉뵈르에 들어가는 햄을 만들어요. 이런 수고스러움에도 “여기는 뭔가 다르다”고 인정해 주는 분들 덕에 힘이 납니다. 매출 관리 앱에서 확인한 고객 재방문율이 45%나 되더라고요. 조금씩 단골손님들이 생기고 있어요.

    (혜영) 맘에 안 들면 바로 발길을 끊는 대도시 소비자들과는 달리 춘천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메뉴에 대해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지역과 교감하려는 목적을 이해하시고는 아는 농장이나 전문가를 소개해 주는 경우도 있었어요. 개업 초기 여러 시도를 하는 저희에겐 정말 필요한 도움이었죠.

    Q. 춘천시민을 위한 혜택도 있을까요?

    (혜영) 개업 초기 “여기 우동착 해요?”라고 묻는 손님들이 계셨어요. 꼼아파리는 지역에 녹아들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구성원으로 정착하겠다는 포부가 있잖아요. ‘우동착’이라는 이미 춘천에서 자리 잡은 플랫폼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과 교감하려고 합니다. 상생한다는 의미에서 음료를 10% 할인해 드리고 있어요.

    (담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면 좋겠어요. 꼼아파리에는 5000원을 넘어가는 메뉴가 거의 없어요. 저희가 조금 덜 가져가더라도 춘천 분들이 좋은 재료로 만든 제대로 된 빵을 더 많이 맛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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