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A급 매물 싹쓸이”⋯춘천 중고차업계 한숨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대기업이 A급 매물 싹쓸이”⋯춘천 중고차업계 한숨

    불황에 완성차 중고시장 진입 ‘한숨’
    인증 중고차, 신차급 알짜 매물 다뤄
    중고차 판매 대수 감소·폐업 신고 속출
    “영세업자 모두 백기 들라는 상황”

    • 입력 2023.12.01 00:02
    • 수정 2023.12.09 00:27
    • 기자명 진광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신차급 매물은 구할 수가 없어요. 중고차 시장 독점이 현실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워요.”

    지난달 29일 춘천의 한 중고차매매단지는 영하의 날씨처럼 썰렁했다. 상품화를 마친 중고차 수백대가 나란히 주차돼 있었지만, 1시간 동안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차량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판매원들만 바삐 움직였다. 한 매매상사 대표 A씨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매우 침체 돼 있다”며 “일부 상사는 직원을 돌려보내고 폐업을 고민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난 가운데 강원지역 중고차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중고차 판매에 돌입했다. 대기업 ‘인증 중고차’ 차량은 출고 기간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가 넘지 않은 자사 매물만 다룬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를 살펴봤더니 지난달 30일 기준 대표 차종인 아반떼 매물 24대 가운데 18대는 2023년식·1만㎞ 이내 차량으로 확인됐다. 생산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차급 매물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 중고차업계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 중고차업계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세 중고차 업체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을 정도라고 호소한다. 중고차 시장에선 현대차·기아 신차급 매물이 인기가 높은 편인데, 대기업이 이런 매물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어 물량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20년 넘게 중고차를 판매한 B씨는 “신차급 차량을 먼저 빼가니까 가격도 비싸지고 가져오기도 어렵다”며 “대기업에서 상태 좋고 고장 없는 보장기간이 남은 차량만 골라 파는데, 빈약한 영세업자들은 모두 백기를 들수밖에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원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강원지역 중고차 판매 대수는 134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501대)보다 10.4% 감소했다. 대기업 중고차 판매가 임박한 지난 8월 1603대에서 9월 1488대, 10월 1479대로 매달 꾸준히 줄고 있다.

    중소업체 시장이 흔들리자 업계를 떠났거나 떠나려는 종사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강원지역에서 자동차매매상사를 폐업하겠다고 신고한 업체는 8곳에 달한다. 현재 29개 매매상사가 있는 춘천에서도 1인 업장으로 인력을 줄이거나 다른 직종을 알아보는 판매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허위 매물과 정보 비대칭성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큰 대표적인 ‘레몬 시장’으로 분류된다. 판매자가 차량 상태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독점해왔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이준호 강원도중고차매매조합장은 “일부 판매원들이 차량을 부적절하게 판매하는 경우가 나오면서 안 좋은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정직하고 청렴하게 판매하는 판매원들도 훨씬 많다”며 “최근 조합에서도 사원증이 없거나 부정행위를 하는 판매원들을 적발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대기업 중고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 보증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1개월·2000㎞에서 1년·2만㎞(혹은 2년 4만㎞)까지 성능 보증 확대를 추진 중이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2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