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우리 동네 그림지도 with 꼬마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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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우리 동네 그림지도 with 꼬마작가들

    • 입력 2023.12.01 00:00
    • 수정 2023.12.01 08:04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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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창업 전 춘천이란 도시를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단 생각에 춘천시 도시재생대학을 다닌 적이 있다. 육림고개에 입점하게 된 이후에는 약사 명동 도시재생 마을주민들과 함께 여러 가지 회의나 마을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면서 도시재생이라는 게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늘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바로 도시재생이라는 사업 자체가 사업의 주체인 어른들의 시각에서만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고 뛰어놀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찾기 어려웠다. 주차장을 만들거나 헌 집을 수리하고 마을을 홍보하기 위한 일들이 우선시 되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고, 살아나갈 우리 동네가 지금은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누구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러한 고민을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한 번 풀어보기로 했다. 도시재생 지역주민들은 사업지 안에서 도시재생의 사업 방향에 맞는 공모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데,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도시재생’ 현장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른바, ‘우리 동네 그림지도’ 프로젝트이다. 

     

    우리 동네 그림지도 with 꼬마작가들. 사진=최정혜
    우리 동네 그림지도 with 꼬마작가들. 사진=최정혜

    사업 기간 두 달여 동안 매주 두 번씩, 아이들과 만나 사업지역을 탐방했다. 죽림동 성당을 시작으로 약사천과 봉의초등학교, 망대, 닭갈비 골목, 육림고개 등 지역 안의 여러 장소를 아이들과 함께 바라보고 그 장소에 담긴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었다. 

    이렇게 그냥 보기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탐방을 마치고 다시 모임 장소로 돌아와 각자 보고 느낀 것들을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 아이들의 그림을 지도해 줄 동네 작가 런런레이스, 김은영 작가님이 함께해 주셨다. 그렇게 매주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모은 그림을 지도로 완성했다. 

    이렇게 몇 문장으로 정리하니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간식을 챙기는 것부터, 출석과 결석 확인, 선생님의 칭찬을 샘내 하는 아이들의 갈등이 눈물 콧물 바람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렇게 한 주 한주, 언제 끝날지 모를 시간이 흘러 아이들 한 명 한 명, ‘우리 동네 꼬마 작가’로 임명하고, 임명장을 나눠주며 아이들을 떠나보낼 땐 제법 서운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우리동네 그림지도. 사진=최정혜
    우리동네 그림지도. 사진=최정혜

    그렇게 완성된 지도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우연히 이 지도를 보신 강원 키즈 트리엔날레 한젬마 예술 감독님이 우리를 초대해주셔서 강원도 아이들과 미술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함께 만든 아트맵을 전시하기도 했다. 

    종종 로컬에서 일하고 계시거나 앞으로 창업을 하시려는 예비 창업가분들을 만나 우리가 해 온 여러 프로젝트를 소개할 때마다 ‘우리동네 그림지도’는 꼭 언급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는 일이 어려웠던 점도 있지만 같은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점이 누구의 것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몸소 배웠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으로 마을을 바라보고 기록했던 이 프로젝트는 그래서 더 소중했고 의미 있게 기억에 남게 되었다. 참여했던 우리 꼬마작가 아이들에게도 부디 좋은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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