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규 조각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원의 얼굴’ 등 잘 알려진 흉상 중심의 작품과 달리 비교적 생소한 부조 작품만 모은 전시다. 한국 근대 조각을 완성하고 현대 조각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권 조각가가 그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발전시키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그의 작품관을 가늠해볼 수 있다. 회화와 조각의 요소를 접목한 부조의 형식 안에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기 위한 1960년대 권진규의 고민이 전해지는 듯하다.
춘천고 출신 조각가 권진규의 테라코타 부조 작업을 소개하는 ’권진규:조각가의 릴리프’가 내달 9일까지 서울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올해 50주기를 맞은 권진규 조각가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위로하는듯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찰흙을 굽는 테라코타는 권 조각가의 주요 제작 기법의 하나로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테라코타 부조 작업을 조명한다. 그는 1964년 서울 동선동 아틀리에 가마를 개축하면서 본격적으로 테라코타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리스, 마야, 고구려 등 동서양의 고대 조각 다수가 부조로 제작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시에서는 1960년대 중반 집중적으로 제작한 테라코타 부조 작업 중 8점을 소개한다. 새와 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Work)’ 연작과 한국 고건축 연구를 바탕으로 한 ‘공포’ 그리고 전통 탈을 현대적인 미감으로 재해석한 ‘가면’ 등이다.
‘작품(Work)’ 연작은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날개와 꽃술이 자연의 생명력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부조의 높이와 재질 등의 자유로운 표현이 눈길을 끈다.
‘공포(栱包·1965)’는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석고판에 테라코타 조각을 끼워넣고 색을 칠하는 방식의 반추상 작업으로 제작됐다. ‘가면(Mask·1966)’은 민속품을 현대적인 미감으로 재해석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노력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회 관계자는 “시대와 사회를 초월하는 권진규의 심미안을 발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이번전시는 테라코타 부조작업을 조명한다고 하니 이런 자유자재한 표현이 테라코타에 대한 완숙에 경지가 돋보이네요.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는데 권진규조각가님의
작품이 안정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