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춘천닭갈비와 춘천② 춘천닭갈비의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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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춘천닭갈비와 춘천② 춘천닭갈비의 변천

    • 입력 2023.11.23 00:00
    • 수정 2023.11.23 08:12
    • 기자명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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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닭갈비의 변천은 대체로 조리법과 조리도구의 다양화, 소비양상의 변화와 대응, 닭갈비 골목의 형성과 확장 등을 살펴보았을 때 그 변천과 변화 양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닭갈비 요리의 사용 연료가 숯불에서 연탄으로 바뀌었다가 가스로 바뀌었고 조리 기구가 석쇠에서 철판으로 바뀐 점은 닭갈비 변천에 있어 주요한 변곡점이다. 1970년대 초 시내에 석쇠에 굽는 ‘닭불고기(속칭 닭갈비)’ 취급 업소는 낙원동 1곳과 그 주변에 포장마차 몇몇이 있었고, 철판 ‘닭갈비’ 업소는 육림고개 근처에 3~4곳, 명동 골목에 1~2곳을 넘지 않았다.

    조리 기구가 석쇠에서 철판으로 전환한 시기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로 파악된다. 닭갈비에 처음 사용한 닭은 노계(老鷄)-이후 육계(肉鷄)로 전환-이거나 알을 낳지 못하는 폐계(廢鷄)였고, 포를 떠서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추가 양념과 양배추, 배추, 고구마, 우동 사리 등과 함께 조리하며 철판볶음 요리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닭갈비는 소나 돼지의 갈비를 대신해서 등장한 관계로 수량을 헤아리는 단위로 인분(人分)이 아닌 ‘대’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1994년경 수입한 닭 다리의 뼈를 발려내서 만든 ‘’뼈 없는 닭갈비’가 등장하면서 ‘대’에서 인분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당시 뼈 있는 닭갈비 석 대를 1인분으로 계산하였다. 처음에는 뼈 없는 닭갈비는 수입 고기라는 인식으로 뼈 있는 국내산을 선호했다. 이때 닭갈비 가게마다 메뉴판에 두 가지 메뉴를 모두 표기했다. 차츰 뼈 없는 닭갈비는 어린이와 노인도 먹기에 편해 대중화의 물꼬를 트며 술안주에서 한 끼 식사로의 전환에 영향을 주었다.

    닭갈비 조리에 있어 기본 양념 맛은 닭갈비 가게의 성패를 좌우하므로 양념에 대한 비결은 특급 비밀로 여겨져 좀처럼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가게마다 저마다 양념 식재료(레시피) 보유를 영업 비밀로 하며 추가하는 부재료에 따라 닭갈비 맛의 차별화를 시행하면서 춘천닭갈비의 다양화에 한몫하였다. 

     

    춘천 닭갈비.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 닭갈비. (사진=MS투데이 DB)

     

    철판 닭갈비 조리법에 있어 우동 사리의 등장은 닭갈비 변천에 있어 중요하다. 우동 사리는 닭갈비와 함께 조리하기도 하고 닭갈비를 먹고 난 이후에 밥과 함께 볶기도 한다. 우동 사리는 요선동 소재의 ‘요선제면’에서 닭갈비 가게들의 요구로 개발하여 명동의 몇몇 닭갈비 가게에만 지금껏 제공하고 있다.

    1960년대 문을 연 요선제면은 우동 사리 제조 방법을 아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닭갈비 우동 사리에 있어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우동 사리에 밥이 추가되면서 닭갈비에 탄수화물이 크게 보강되었고 배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한 끼 식사로서의 완성에 일등 공신이 되었다.

    닭갈비는 도구, 특히 불판을 달구는 연료에 따라 닭갈비 조리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숯불을 연료로 사용할 때는 주로 석쇠에 구웠고 술안주로써 사랑을 받았고 간장 양념이나 간단하게 양념을 하면 되었다. 그러나 숯불에 양념과 함께 고기가 쉽게 타버리는 단점이 있자 철판구이 방식이 등장하게 되었다.

    연료가 연탄으로 대체되자 드럼통 등을 잘라 만든 얇은 철판으로는 한껏 달아오른 연탄불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물로 만든 두툼한 둥근 철판이 등장하였고 이후 연탄에서 가스 불로 바뀌었다. 가스는 불 조절이 쉬웠고 주물 불판도 지름이 55㎝에서 45㎝로 크기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기본 양념과 양배추, 고구마 등의 채소와 볶음밥, 우동 사리와 조무래기 가래떡 등의 주변 메뉴가 추가되며 닭갈비 조리법이 다양화됐다. 또한 조리법의 변화에 맞춰 조리용 도구는 닭고기를 자르는 가위를 기본으로 주걱, 밀칼과 쓰레받기 등이 등장해 특색 있는 가게 분위기를 조성했다.

    가스 연료를 사용하면서 등장한 둥근 주물 철판은 1㎝ 두께로 닭갈비나 그 양념이 눌어붙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둥글게 제작돼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둘러앉을 수 있게 됐다. 둥근 모양 -초창기 드럼통을 개조한 닭갈비 화덕 또한 원통-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탁을 상기시켰고 이로써 이전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소통하는 문화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수직적 사회문화의 층위를 수평적 층위로 전환하는 것에 일정 기여가 있었다.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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