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달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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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달의 저편 

    • 입력 2023.09.26 00:00
    • 수정 2024.01.22 09:38
    • 기자명 최삼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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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 작가
    최삼경 작가

    얼마 전 인도가 달의 남극에 우주선을 착륙시켰다는 기사를 보고 조금 놀랐다. 우리에게 달은 그저 둥그렇고 환한 어머니 같은 것이어서 때로는 소원도 빌고 때로는 서러운 마음을 털어 놓는 오래된 친구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남극이라니, 달이 가진 경제적 잠재성으로 이미 강대국들 간의 탐색전이 시작됐다니⋯.  알다시피 달은 지구의 위성으로, 지구의 파편으로 형성된 그 정겨운 이미지와 다르게 매우 직접적이고 입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의 맨 앞자리는 달력이 차지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대명천지 문명 앞에서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달력(Calendar)이 없다면 작금의 문명은커녕 국가 자체도 성립이 안 됐을 것으로 본다. 체계화된 시간이 없다면 어떠한 계획이나 행정,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떻든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며 모양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선조들은 음력을 만들었고 24절기를 만들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기준으로 한 달이 되고, 일 년을 열두 달(윤달로 보완 조정)로 한 달을 29일에서 30일로 만들었다. 그만큼 규칙적으로 지구를 도는 달은 밀물과 썰물을 만들고, 지구의 자전속도와 날씨, 지진 등을 안정화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달이 사람들의 행동과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확실히 우리는 커다란 보름달을 경이롭게 보거나 미인의 눈썹 같은 초승달을 보며 어떤 정서적 충만을 경험하지 않는가.

    태양이 우리 우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지만 달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격이다. 식물들이 잘 자라려면 반드시 낮의 햇빛이 있어야 하지만 밤의 어둠 또한 필수적이라 한다. 낮에 햇빛에 의한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만들었다면 밤에는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수화물을 만든다고 한다. 이 탄수화물은 식물의 생장, 즉 세포분열을 도와 잘 자라게 해준다. 달빛에서 보는 호박꽃의 아름다움은 다 이런 이치를 담고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지금은 양력을 쓰고 있지만 ‘카렌다’를 달력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보듯 이미 달의 힘은 세다. 참고로 우리가 양력을 쓰게 된 이유는 1895년 명성왕후가 시해 되던 해에 가해진 일본의 압력 때문이었다. 그해의 음력 11월 17일을 1896년 1월 1일로 강제하면서 양력이 도입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1895년 11월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 40일이 조금 넘는 기간이 우리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니 ‘정말?’ 하는 의구심이 치솟는다.  

    그렇거나 말거나 우리는 어릴 적 달을 보면서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으며 서쪽하늘로 가기도 잘도 간다’라는 동요를 불렀다. 왜 하필 서쪽하늘일까 하고 궁금증도 있었는데 실제로 달은 일 년에 3.8㎝의 속도로 지구와 멀어지고 있다고 하니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달은 어릴 때 바라보던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달만큼 믿을만한 구석이 어디 있겠는가. 달아! 올해도 내년에도 더 환하고 둥글게 우리를 지켜주렴. 한번도 햇빛을 받은 일이 없다는 달의 저편도 살짝 보여주고.

    ■최삼경 필진 소개
    -작가, 강원작가회의 회원
    -‘헤이 강원도’,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1·2, 장편소설 ‘붓, 한자루의 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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