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매일이 명절 같이 행복” 춘천 사랑의 7남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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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플러스] “매일이 명절 같이 행복” 춘천 사랑의 7남매 가족

    사랑의 7남매와 함께하면 매일이 명절
    자녀 수와 힘듦은 비례하지 않지만, 행복은 +α
    연애의 무덤 결혼, 밀알이 떨어져 열매를 맺는 기쁨
    출산율 증가 “주거‧돌봄‧교육 안정 정책 필요”

    • 입력 2023.09.27 00:00
    • 수정 2023.10.17 17:13
    • 기자명 한재영 국장·이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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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시내에서 차를 타고 40분 정도를 가야 하는 깊은 산골 마을로 대부분 주민이 고령의 어르신인 사북면 가일리. 한적함을 넘어 고적하다고 느껴지는 마을이 지난 7월부터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로 축제 분위기입니다. 마을을 들썩이게 한 주인공은 9년째 마을을 위해 이장을 맡고 있는 전동훈 류사라 부부의 일곱 번째 자녀 성우 군입니다. 목사인 전씨는 농촌 목회를 위해 아내 류씨와 두 아들을 데리고 2006년 연고도 없는 춘천 가일리로 이사를 왔습니다. 행복한 전원생활을 하던 부부는 이곳에서 막내아들 성우까지 5명의 아이를 더 낳아 현재는 부부와 아들 5, 딸 2의 다복한 가정을 이루게 됐습니다.
    아홉 식구의 만만치 않은 생활비를 위해 감자 농사를 짓고 지난해부터는 시내에서 감자빵집도 운영하며 바쁜 날을 보내는 부부는 일곱 명의 자녀를 키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삶의 힘이 되는 축복이라고 말합니다. 아홉 식구가 서로의 일을 돕고 나누며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쌓이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삶의 가치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성과 사회적 성장 등을 위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곱 자녀와 대가족을 이루고 삶의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찾고 있는 전동훈‧류사라 부부를 이슈플러스에서 만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 다둥이 자녀 키우는 스트레스는?
    대학생 첫째부터 아직 100일이 채 되지 않은 막내까지 많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홉 가족의 생일만으로도 매달 잔치가 벌어지는 등 새롭게 새겨지는 소소한 행복과 일상의 이벤트가 있습니다. 지난 엄마 생일 때도 아이들이 100만원이 넘는 선물을 준비하는 등 식구들만으로도 많은 축하와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과 정을 나누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경제적 풍요는 아니지만, 식구끼리 마음을 나누고 모으는 순간 저희도 다듬어지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 다둥이 육아 비법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부모를 능력자로 만들어줍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위대한 이유는 생명을 키우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많은 아이를 키워낼 수 있는 비법도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공감하고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많은 분이 아이들이 많아서 힘들겠다고 하지만 자녀가 늘어난다고 힘듦이 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첫째와 둘째를 키울 때는 저희 뜻대로 끌고 가려는 마음이 커서 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만큼 해주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믿고 응원하다 보니 아이들은 스스로 해내며 자립심을 키우고 가족은 함께 살아가는 힘이 생겼습니다.

    전동훈·류사라 부부와 사랑의 7남매. 아이들은 사진 왼쪽부터 셋째 수, 넷째 성진, 일곱째 성우, 여섯째 성실, 다섯째 성은, 둘째 해준, 첫째 태랑이다. (사진=이정욱 기자)
    전동훈·류사라 부부와 사랑의 7남매. 아이들은 사진 왼쪽부터 셋째 수, 넷째 성진, 일곱째 성우, 여섯째 성실, 다섯째 성은, 둘째 해준, 첫째 태랑이다. (사진=이정욱 기자)

    ▶ ‘결혼은 연애의 무덤’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희도 아이를 많이 낳겠다는 계획을 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결혼이 연애의 무덤’이라고 하는 말에 대해서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현실이고 결혼이 연애 같다면 오히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무덤은 무덤인데 그냥 부정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으로 연애 시절에 생각하고 꿈꿨던 것들이 산산이 깨지지만 그 과정을 감당하면 이상의 많은 것이 피어나고 열매 맺게 되는 게 결혼입니다. 눈앞의 어려움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연애 시절이 순수한 아름다움이라면 결혼의 아름다움은 또 다른 차원인 만큼 가정을 이루며 얻는 기쁨을 느껴 봤으면 좋겠습니다.

    ▶ ‘결혼과 출산 기피 풍조’ 무엇이 문제일까요?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과 아이를 안 낳으려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닌 것 같아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이전 세대의 잘못인 거죠. 그 생활이 기쁘고 좋아 보였으면 안 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 아래에서 자라면서 그 모습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워 보였기에 ‘결혼하지 말아야겠다. 아이 낳지 말아야겠다’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저희는 결혼과 출산으로 인생을 포기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아이를 낳고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는 이 과정이 너무나 행복한 저희의 삶인 거예요. 아이를 낳을수록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가정이 되는 것 같아요. 본인들의 선택이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이를 많이 낳고 이렇게 살아가는 삶도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는 있죠.

    ▶ 대가족을 꾸리며 오는 위기 극복 방법은?
    위기도 아이들을 통해 극복해요. 아이들을 보면서 힘을 내고 웃는 모습에 힘듦이 녹아내리죠. 자는 모습을 보면 ‘내가 이 아이들을 잘 지켜줘야 한다’라는 삶의 동기도 얻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많아 힘들다기보다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여행 못 가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없어 힘들고 화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젊은 세대가 ‘내 꿈을 찾고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고 하지만 정작 하는 것은 영화 보고, 여행 가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그냥 시간을 보내죠. 그런데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산 시간을 돌아보면 ‘내가 정말 소중한 일을 했구나’하고 깨닫는 순간이 옵니다. 많은 가족과 함께하며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잘 살아왔다는 만족감이 커지는 거죠.

    아이들은 축복이라는 전동훈·류사라 부부가 막내 성우와 함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아이들은 축복이라는 전동훈·류사라 부부가 막내 성우와 함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 결혼과 출산 증가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일단은 주거 문제입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시스템이 1인 가구 또는 많아야 4인 가구에 맞춰져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 같은 다자녀 가정은 들어갈 곳이 별로 없는 거죠. 정책적으로 출산과 다자녀를 장려한다면 그런 것도 국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 같은 곳이 많아져 가정과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과 돌봄 정책도 필요합니다.

    ▶ 결혼과 출산에 대한 한마디
    결혼할 때 대부분 반지를 주고받습니다. 특히 다이아몬드로 결혼반지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귀한 결정체로 깨지거나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는다고 생각해요. 그 다이아몬드가 보석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결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하늘에서 다이아몬드가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석을 찾아 갈고닦아야 보석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을 잘 마쳐 다이아몬드가 되면 모두가 감동하잖아요.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무수한 과정이 있듯 가정을 이루는 것도 그런 것이죠. 힘들이지 않고 소중한 가치를 얻으려는 건 욕심입니다. 고되고 힘든 시간을 잘 견디면 다이아몬드 이상으로 아름답고 귀한 가치가 피어난다는 것을 더 많은 분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담=[한재영 국장]
    촬영·편집=[이정욱·박지영 기자 cam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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