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가을 하늘, 사과 한 알은 단단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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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의 동네 한바퀴] 가을 하늘, 사과 한 알은 단단해지고

    • 입력 2023.09.14 00:00
    • 수정 2024.01.22 09:38
    • 기자명 최삼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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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삼경 작가
    최삼경 작가

    지난 금요일, 춘천에서는 오랜만에 시위가 열렸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중단을 위한 집회였다. 길게 늘어선 행렬의 뒤를 따라가면서 새삼 우리 사회가 참 역동적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할 일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단단해 보이던 민주주의가 이렇게 맥없이 과거로 회귀한다는 게 어이없기도 했다. 세계 경제 10위권을 오가는 선진국이며,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성공을 거둔 나라의 체질이 어찌 이리 허약할까. 

    미국의 사회학자인 테다 스카치 폴은 혁명이 있었던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근대화 과정과 영국, 독일, 일본의 경우를 비교 연구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한 일이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프랑스, 러시아, 중국처럼 피를 부르는 혁명을 한 국가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나라와 달리 두 가지가 없었다고 결론짓는다. 그것은 바로 ’행정 능력의 부족‘과 ’위기 대처 능력의 부재‘였다. 어쩐지 요사이 많이 듣는 얘기가 아닌가.

    세계의 변화와 압박에 대처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대해 무능한 정부에 대한 세계인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대규모의 혁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 각국에서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은 굳세게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의 정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수출·입, 세수건전성 등 경제성적표는 어떠한지, 세계 속의 한국 영향력은 어떠한지, 자국내 민주 지표와 표현의 자유 는 어떠한지 국민은 알 수 없는 채 모르쇠와 몰상식과 기소라는 협박의 시간이 대신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들은 실실 눈길을 돌려 하늘을 보거나 날씨 얘기밖에 할 게 없다. 9월 초순에도 30도가 넘는 날들. 다른 해에도 이렇게 더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전 지구적으로 날씨가 재난에 가까울 정도로 희한해 졌다. 그래도 이 햇살에 사과 농사는 잘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사과와 책임과 부끄러움이 없는 날들은 어느 망명정부의 위조 판결문을 닮았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화두 하나, 시민과 국민에 대한 존중이 있을까. 없을까.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삼경 필진 소개
    -작가, 강원작가회의 회원
    -‘헤이 강원도’, ‘그림에 붙잡힌 사람들’ 1·2, 장편소설 ‘붓, 한자루의 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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