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오늘,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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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오늘, 잇다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3.09.04 00:00
    • 수정 2023.09.04 09:27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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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아무리 경고하고 겁을 줘도 끄덕 하지 않는다. 대재앙을 피하기 위한 시간이 이제 6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기후시계가 인파속에서 초침을 돌려도, 남극과 알프스의 빙하가 매년 쪼그라드는 위성사진을 눈앞에 들이밀어도 겁을 먹지 않는다. 도리어 지구가 맞이할 기후위기를 인류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 음모와 배후가 있는 세계적 ‘기후사기(Climate Scam)’라며 속지 말라고 역정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담이 참 크다.

    195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PC)’는 올해 제출한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전세계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이 5000억톤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정해진 금액 내에서 살림을 꾸려가듯이 탄소배출을 관리하며 넷제로(NET-ZERO)가 실현될 때까지 아껴 써야 한다는 뜻으로 ‘탄소예산’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기후파산을 막기 위해 주어진 예산이 500,000,000,000톤이라고 하면 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너무 넉넉한 숫자인가? 한국이 할당받은 탄소예산은 45억톤정도라고 하면 팍팍한 살림이 느껴질까? 그렇지만 우리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한국이 사용하게 될 탄소예산은 41억톤이다. 10년후에 우리 사회의 운영을 이어받을 청년 세대들에게 주어지는 탄소예산은 고작 4억톤도 안되는 것이다. 청년들이 화를 낼만도 하다.

    청년세대는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지구환경을 망친 댓가로 얻은 풍요를 차지했던 앞선 세대가 뒤따르는 세대들에게 야박한 밑천만을 남겨놓고 미래의 위기를 당사자로서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를 구분하지 않고 거의 모든 국가의 청년들이 기후정의를 외치는 이유다. 강원도에도 기후정의를 촉구하는 청년들이 있다. 우연히 거리에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나서야한다는 초등학생들의 켐페인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청년 예비교사는 교단 대신 새로운 일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보장되고 안전한 미래를 포기할 수 있는 청년의 정의감이 이렇게 무겁다.

    무거운 청년 김하종 대표가 설립한 기후행동 비영리 스타트업 ‘오늘, 잇다’는 커먼즈필드 춘천에 터를 잡고 강원도 청년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300명 정도의 춘천 청년들만이 활동에 참여했지만 3년 이내에 1000명의 강원 청년들을 기후행동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힘을 모으겠다고 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는 기후위기의 엄중한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청년 세대의 창의성과 낙관주의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잇다의 핵심 가치는 ‘기후 당사자들의 재기발랄한 연대’이다. 청년들은 같은 작업복을 맞춰 입고 어린이집 옥상에 에너지 효율이 좋은 페인트를 직접 시공하며 땀을 흘린다. 청년들은 기후위기가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틈새 땅에 작물을 심고 유기농법과 도시농업을 경험하는 동아리를 만든다. 청년들은 기후변화에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문제들을 토론하고 정치와 행정에 정책을 제안한다. 청년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행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로 응원하고 춤추는 축제를 연다.

    앞으로 우리가 대비해야 할 기후위기는 가혹하다. 그래서 누구는 소리치며 날뛰는 공포의 패닉에 빠지고 또 다른 누구는 눈감고 고개 돌려 닥쳐온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정한다. 청년들이 제일 먼저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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