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도로 점령한 중국산 전기버스⋯안전성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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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도로 점령한 중국산 전기버스⋯안전성은 ‘물음표’

    춘천 전기버스 36대 중 20대 중국산
    국내 모델보다 30~50% 저렴해
    중국산 고장 잦아, 사후관리도 부실
    시민·운수 종사자 “안전성 우려”

    • 입력 2023.08.30 00:02
    • 수정 2023.09.04 00:03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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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서 운행 중인 전기버스의 절반 이상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춘천 시내버스 109대 가운데 36대는 전기버스로 이 가운데 중국업체가 생산한 차량은 20대다. 춘천 시내에 돌아다니는 전기버스 10대 중 5대가 중국산인 셈이다. 업체·모델별로 보면 중국 국영기업인 CCRC 그린웨이1100와 하이거 하이퍼스, 스카이웰 등이다.

    춘천시 전기버스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운행 중인 중국산 전기버스 비율은 32.1%였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버스 가격은 3억원대 중반인데 반해 중국산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탑재하다보니 대당 1억5000만원~2억원 수준(수입단가 기준)으로 싸다. 하지만, 한국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날이 추우면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도 있다.

     

    춘천시 전기버스 36대 가운데 20대가량은 중국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산 전기버스에서 고장이 이어져 운수 종사자와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 전기버스 36대 가운데 20대가량은 중국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산 전기버스에서 고장이 이어져 운수 종사자와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문제는 중국산 전기버스의 안전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0일 경남 창원에선 폭우로 맨홀 뚜껑이 솟아오르면서 시내버스 바닥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버스는 하이거 하이퍼스로 알려졌는데 춘천에서도 같은 모델이 운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하이퍼스가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 바닥 하부를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중국산 전기버스에서도 고장이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춘천시민버스 소속 운수 종사자인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산 버스보다 고장률이 월등히 높아 중국산 버스를 운행하다 멈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고장 났을 때 중국산은 부품 수급도 어려워 사후 관리에 애를 먹곤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청 민원게시판에 시민 조모씨는 “신호대기 후 출발하려던 중 차량이 멈춰 승객 전원이 다른 차로 갈아타는 일도 있었다”며 “단가가 조금 비싸더라도 국내 제조사 차량 위주로 출고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이 때문에 품질과 사후관리 등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버스를 들이지 않는 지자체도 있다. 춘천시와 같은 준공영제를 운용 중인 대구시는 준공제운영위원회가 입찰 단계부터 중국산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춘천시는 현재 춘천시민버스에 전기버스 보조금으로 대당 2억2000만원(국·도비 포함)을 지급하고 있다. 시는 춘천시민버스가 수의 계약이 아닌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기버스를 구입하고 있어 제조국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춘천시민버스 측은 추후 구매하는 전기버스는 품질 등을 고려해 국내 모델로 구입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민섭(정의당) 춘천시의원은 “국산과 중국산 전기버스의 단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지만,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민의 발이자 공적 영역에 사용하는 보조금이 국내가 아닌 중국 기업에 사용되고 있는 만큼 춘천시가 업체 선정에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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