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재단, 예술의 요람 아닌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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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문화재단, 예술의 요람 아닌 무덤?

    ■ [칼럼] 한승미 문화팀장

    • 입력 2023.07.06 00:00
    • 수정 2023.07.06 16:01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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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민선 8기가 출범한지 1년이 됐다. 그동안 도내 문화예술계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지난해 도 대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은 대거 예산 삭감 폭탄을 맞았다. 그 과정에서 강원도립극단이 창단 10주년 만에 강원문화재단으로 통합됐고 재단이 운영하는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올해 20주년임에도 예산이 오히려 삭감됐다. 특히 강원트리엔날레는 예산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폐지 위기에 놓였다.

    강원트리엔날레는 도 전역의 예술공원화를 목표로 한 3년 주기 행사로 올해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키즈트리엔날레가 열린다. 올해 도 예산은 당초 2억3500만원으로 지난해 10억원의 23.5% 수준이다. 도비의 3대 2 비율로 매칭되는 평창군 예산도 함께 줄어 전체 예산은 4억원대로 지난해(17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는 기본적인 운영비 수준으로 예술감독 선임과 작가 섭외를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트리엔날레 개최 이후 처음으로 예술감독을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행사를 이끌 감독도 선임하지 못할 정도로 지난 행사가 형편없었던 것일까. 

    강원키즈트리엔날레는 2020년 국내 최초 어린이 시각예술축제를 타이틀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스타 기획자 한젬마를 감독에 위촉하며 화제를 모았고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임옥상 작가를 비롯해 세계 무대를 누비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코로나 시기였음에도 1만3859명의 관람객 방문 성과와 4만회 이상의 온라인 방문을 기록했고 설치형 작품 일부가 홍천에 남았다. 홍천군은 행사로 인해 인구소멸지역에 어린이를 비롯한 가족 관객이 유입되자 이를 자체행사인 ‘강원키즈비엔날레’로 발전시키고 공간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업 도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무산됐지만, 유휴공간이었던 와동분교는 어린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행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운영실은 예술감독 선임 대신 어린이 큐레이터단을 모집, 행사 주제를 도출하겠다는 묘수를 냈다. 어린이 참여도를 높이면서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정상적인 개최가 가능할지 우려됐지만, 가까스로 모양새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추경에서 1억7000만원을 받고 ‘지역특성화 매칭펀드 사업’ 선정으로 1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하며 작가 섭외도 일부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한젬마 전 감독이 아트콜라보 디렉터로 합류했다는 것. 예산 부족으로 감독 선임을 포기했던 만큼 이번 참여는 재능기부로 이뤄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재단이 온정에 호소해 모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강원 최대의 문화행정기관이 예산이 없어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냐는 비판도 함께다. 

    결국, 강원트리엔날레의 강원문화재단 흡수는 악재였음이 확인됐다. 트리엔날레의 전신인 강원국제비엔날레는 과거 별도 조직에서 열렸지만, 올림픽 문화유산을 잇기 위한 재단 흡수가 결정됐었다. 예산 수립, 안정적 운영을 통한 지속 개최가 이유였지만 독립적 운영이 어렵다는 흡수 반대 측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개최지인 평창군도 난감한 입장이 됐다. 홍천군 성공 사례를 보며 유치전에 합세, 춘천시를 제치며 유치에 성공했지만, 도비 자체가 줄며 군비 매칭도 예상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평창군은 대안으로 자체 예산을 활용한 연계 행사, 홍보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트리엔날레에 앞서 재단으로 흡수된 평창대관령음악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올해 음악제가 2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대규모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6억원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재단에 통합된 강원도립극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도립극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예술감독 사임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올해 키즈트리엔날레에서는 일부 작가가 개런티 없이 행사에 참여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횡재이지만 요행이 내년에도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행사는 강원자치도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트리엔날레이기도 하다. 세계인이 찾았던 강원국제비엔날레의 말로가 구걸하는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문화예술의 요람이 아닌 무덤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강원문화재단이 역량을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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