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경의 교육시선] 수능 도입 20년, 바칼로레아 200년⋯수능은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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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의 교육시선] 수능 도입 20년, 바칼로레아 200년⋯수능은 잘못이 없다

    • 입력 2023.07.05 00:00
    • 수정 2023.07.06 07:49
    • 기자명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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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강원대 교육연구소에서 ‘유학생에게 직접 듣는 세계의 교육’ 콜로퀴엄을 진행한 적이 있다. 글로벌 유학생들에게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각국에서 그들이 경험한 대학입시에 관한 것이었다. 보르도 출신 프랑스 유학생의 발표에서도 단연코 바칼로레아 준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연일 교육관련 뉴스의 맨 위 자리를 차지하는 요즘, 수능과 바칼로레아,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1994년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학력고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대전환하였다.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과 방향 설정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제도는 프랑스의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였다. 바칼로레아가 교과서적 지식에 대한 단순 암기력이 아니라 통합적 사고능력을 평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필수과목인 철학 시험문제는 매우 유명하다. 철학 시험을 마친 날이면 어김없이 올해의 철학 문제를 놓고 전문패널이 참석하는 대토론회가 열리고, 파리 시내의 식당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열띤 대화가 펼쳐진다.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몫인가?”(2022년 일반계열 주제2), “우리는 미래에 책임이 있는가?”(2021년 일반계열 주제3), “기술은 우리를 자연에서 자유롭게 하는가?”(2021년 기술계열 주제3)가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교육학과 교수인 필자조차도 이러한 문제를 4시간 동안 푸는 상상을 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러니 보르도 출신 유학생에게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을 어떻게 준비했을지, 어렵지는 않았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유학생의 답변은 예상을 벗어나 다소 싱거웠다.

    그는 바칼로레아 시험이 한국의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3학년 내내 학교에서 기출문제를 풀면서 시험을 준비하고, 100점 만점에 60점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이다. 바칼로레아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이기에 앞서 고교 졸업인증시험이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하는 절대평가로 진행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수능은 상대평가에 기반한 대학입학시험이라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따지고 보면, 국가별로 교육제도의 모습은 달라도 일반계 고등학교의 1차적인 목적은 상급학교인 대학을 진학하는 데 있다. 따라서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 초점을 둔다. 프랑스 역시 바칼로레아를 통과해야만 대학이나 직업 세계로 들어가는 자격을 얻게 되니 계열을 막론하고 고3 내내 기출문제를 풀고 시험을 대비하면서 보내는 것이다.

    수능을 도입하여 통합적 사고력을 기르겠다고 한 지 20년이 지났다. 과연 우리의 고등학교 교육은 통합적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변했는가? 왜 여전히 수능은 고등학교 수업만 열심히 해서는 준비할 수 없는가? 혹자는 20년이 된 수능이 이제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변별력을 갖출 수 있는 문제 출제의 수명을 다했다고 말한다. 수능의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 1808년 나폴레옹에 의해서 시작된 바칼로레아는 200년이 벌써 넘었다. 

    일선 학교에서의 교육은 여전히 교과목 중심의 견고한 벽을 유지한 채 분절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학생들에게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대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우리 입시의 문제가 수명을 다한 수능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대전환했던 그 당시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교육현장에 정착하지 못한 것에 있는지 반성할 일이다.

     

    ■ 남수경 필진 소개
    -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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