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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유성 출장. “네 돈이면 이렇게 쓰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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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외유성 출장. “네 돈이면 이렇게 쓰겠냐”

    • 입력 2023.07.04 10:35
    • 수정 2023.07.06 07:49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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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MS투데이 DB)
    (그래픽=MS투데이 DB)

    공직자의 ‘외유성 출장’이라는 표현을 꺼내기조차 민망하다. 쉼 없이 지적하고 비판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보란 듯이 되풀이되는 까닭에서다. 공직자가 뚜렷한 목적 없이 해외 연수라는 명분을 내걸고 출국하는 게 바로 외유성 출장이다.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 등으로 시름하는 서민들에게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외유성 출장은 찌는 여름에 한층 화를 돋우고 있다.

    코로나19가 올해 초 사실상 종식되자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이다. 공직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춘천시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도 크게 늘었다. 춘천시만 콕 짚어 따지는 게 아니다. 일찍이 일부 국회의원들은 외유성 출장으로 물의를 빚은 데다 다른 지자체들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주시의원 중 한 명만 빠진 전원이 해외로 나갔다. 파주시의 한 의원은 “잘 몰라서 해외연수를 관광이라고 비판한다”며 외려 시민들을 나무라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MS투데이가 최근 3년 동안 50건의 춘천시 공무국외출장 심사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유성 출장의 원인은 무엇보다 허술한 심사에서 비롯되고 있다. 출장의 타당성과 적합성을 판단하는 출장심사위원회는 3년간 월 1회 대면회의 원칙을 단 한 차례도 지키지 않았다. 서면심사로 대체해 100% 통과시켰다. 오죽하면 ‘자동문’이라는 비아냥 섞인 뒷말이 나올까 싶다. 출장 목적을 한두 줄만 적어도, 사전 체크목록이 빠져도 대충 넘어갔다. 귀국 보고서를 베껴 쓰거나 짜깁기한 사례를 찾기도 어렵지 않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혈세 낭비를 운운하며 핏대를 올리는 쪽만 입이 아프고 허탈할 뿐이다.

    연수 자체를 반대하지도, 할 수도 없다. 다만 더 이상 선진지(先進地) 탐방을 내세우며 시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각국의 제도는 물론 우수한 정책 사례는 언제든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다. 웬만한 회의나 만남 또한 화상으로 가능하다. 자료도 널려 있다. 중요한 것은 몰라서,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실천 의지가 없어서다. 차라리 일하느라 애쓴 공직자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재충전의 기회를 주는 포상 차원에서 연수를 계획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전제는 객관성을 담보한 엄격한 심사다. 공무원으로만 구성된 출장심사위의 구성부터 전면적으로 다시 짤 필요가 있다. 다양한 외부위원을 통한 시민감시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시의회의 심사위 구성도 들여다봐야 한다. “네 돈이면 이렇게 쓰겠냐”라는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따끔한 한마디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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