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실험하는 도시
  • 스크롤 이동 상태바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실험하는 도시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3.06.26 00:00
    • 수정 2023.06.26 13:14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전 세계 인구가 점점 더 도시에 몰려 살게 되면서 도시는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주요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 산업의 쇠퇴, 불평등과 관련된 문제들은 본질적으로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그 해결책도 도시에서 찾는 것이 당연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스타트업 인 레지던스(Start-up In Residence,SIR)이라는 프로그램을 시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시 정부는 자원순환, 돌봄, 교통, 하천관리, 먹거리 등 오래된 도시 문제와 당면한 시정 과제들을 제시하고 지역 문제 해결과 새로운 공공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자 하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을 지역 내외부에서 유치한다. 6개월간 공무원, 스타트업, 시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도시 곳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테스트하고 효과성이 검증되면 암스테르담시 정부는 공공조달과 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4년 차를 맞는 이 프로그램은 이제 네덜란드 10여개 이상의 도시에서 복제해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실험’을 중앙정부가 통합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각각의 도시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모든 도시가 당면한 문제와 해결을 위한 자원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시 실험은 창의적인 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혁신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험은 혁신과 창의성이라는 누구나 추구해야 하는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도시를 조직하고 계획하고 관리하고 생활하는 대안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은 도시들이 세워 놓은 장기적 목표와 비전과 정책 방향을 특정한 장소에서 참여 가능한 이해관계자들이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활동으로 재구성한다. 그래서 실험은 스마트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 공동체 도시, 돌봄 도시, 교육 도시, 관광문화 도시 등 서로 다른 현대 도시 트렌드를 관통하는 공통의 맥락을 형성한다.

    현대 도시 실험들이 공유하는 첫 번째 공통점은 ‘학습’을 분명하게 강조한다는 점이다. 도시 실험은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도구, 재료 및 인력을 배치하고 그 변화를 평가하고 학습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론, 평가지표를 제공한다. 도시 자체가 창업, 환경, 공간, 공동체 등 다양한 주제의 실험실이자 강의실이 되는 것이다.

    도시 실험의 두 번째 공통점은 다양한 영역의 이해당사자들이 경계를 넘어 ‘협업’한다는 점이다. 실험은 필연적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와 불확실한 결과를 감수하는 것이다. 성공을 미리 알았다면 그건 실험이 아니다. 도시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네트워크와 공동의 헌신은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실패를 기꺼이 감수하는 ‘리스크테이킹’(risk taking)을 작게 쪼개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도시 실험의 세 번째 공통점은 ‘전환’을 꾀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도시 문제의 해결책은 주로 정부와 기업들이 제시하고 시민들은 수용하는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시민과 공동체가 도시 실험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체로 전환하고 있다. 도시 실험은 기존 행위자 간의 힘의 균형이 바꾸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식과 경험이 시민에게 부여할 수 있다.

    작은 도시 춘천은 다른 어느 기초 지자체보다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유한 영감을 가진 자연과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다. 일상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 서로 돕는 이웃들과 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 우리 도시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춘천에서 새로운 도시 실험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