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다문화 교육은 ‘한국인 만들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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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다문화 교육은 ‘한국인 만들기’가 아니다

    • 입력 2023.06.21 00:00
    • 수정 2023.06.21 08:15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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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에 있는 대학을 방문했다. 캠퍼스를 다니면서 놀란 것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였다.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일본어 외에 국적을 알 수 없는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 신기했다. 외국인 유학생 20만, 결혼이민자 17만, 외국인 근로자 45만명을 포함해 국내거주 외국인은 230만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3만명이 넘는 탈북주민과 수백명의 난민까지 한국사회 구성원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바야흐로 ‘다문화’ 시대다.

    다문화사회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다. 이러한 사회는 정치, 경제, 음식, 의복, 스포츠, 머리모양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대한 인식과 행동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낯설고 이질적인 것에 혼란과 갈등을 느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심한 경우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여겨 편견과 차별을 유발하기도 한다. 다문화교육이 학교교육의 중심 과제가 된 이유다. 

    아직도 널리 퍼져 있는 단일민족 신화가 편견과 차별의 근원인 점은 아쉽다. 우리는 혈연적으로 단일한 민족인가.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는 좋은 것인가.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대륙과 해양세력의 다툼의 장소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오래전부터 다문화사회였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통치했던 몇몇 나라들은 다문화사회를 잘 관리했다. 고구려는 말갈, 예맥, 옥저, 몽고를 아우르는 전형적인 다민족국가였다. 변방민족의 전통을 존중하고 외국인을 우대했다. 고려 역시 중국, 일본, 거란, 여진, 위구르 출신 귀화인을 환대했다. 

    다문화사회의 증거는 쌓여있다. 중국에서 귀화한 쌍기는 높은 관직을 지내며 과거제를 도입해 인재발굴에 힘썼다. 고려 충선왕은 충렬왕과 원나라 공주 사이에 태어난 혼혈 왕이었다. 고려에 도착한 베트남 왕자는 화산이씨의 시조가 되었고,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화한 일본장수 사야가(沙也可)에게는 김해 김씨가 사성(賜姓)되었다. 이순신과 함께 싸웠던 명나라 진린 도독의 후손들은 명나라가 망하자 조선에 귀화해 광동진씨의 일가를 이루었다.

    2006년부터 시행된 학교 다문화교육은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한국어 능력과 적응력을 높이고, 일반학생들에게는 다문화 수용성 및 이해도를 신장시켰다. 한복입기, 김치만들기, 윷놀이와 같은 단순 체험교육과 다양한 소수문화를 주류문화 속에 통합하려는 동화주의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다문화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먼저 다문화 교육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급해 보인다. 대상 학생을 ‘결핍’이 아닌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가지지 못한 것을 단순히 채워주기보다 가진 것을 더욱 신장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이중언어 화자(話者)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어머니(혹은 아버지) 언어를 가르치면 개인 경쟁력은 물론이고 가정통합의 원천이 되며 풍요로운 사회자산이자 국가 경쟁력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게시판이나 공문서를 다양한 언어로 병기하고 학생들에게 여러 개 언어 사용을 장려해 보자. 서로에게 각자의 언어를 가르쳐 주는 ‘언어교환 프로그램’ 운영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일반학생들에게는 편견을 고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산은 들지만,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어머니의 친가를 방문하는 ‘외가 보내주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한국인으로의 자긍심과 한국에 대한 호감을 높일 것이다.

    무분별하게 외국의 다문화정책을 모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각국의 정책은 그들만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과 그에 따른 사회적 요구와 필요에 의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사회 형성과정이 그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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