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사원에게 ‘주 4일 근무’ 시킨 대표님의 경영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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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 사원에게 ‘주 4일 근무’ 시킨 대표님의 경영철학

    국내 유일 대구경 PE하수관 생산해 업계 선도
    ESG 경영 기업으로 탄소 중립, 자원 순환 실천
    직원과 상생 위한 복지 혜택, 주 4일 근무도
    사회적기업 전환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 목표

    • 입력 2023.06.09 00:01
    • 수정 2023.09.07 11:25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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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케미칼의 최우수 직원 세 명은 올해부터 주 4일만 근무한다. 입사 10년을 맞은 한 직원은 회사의 지원으로 남편과 함께 올해 4박 5일 동남아 여행을 떠난다. 좋은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좋은 복지가 필요하다는 박재희(51) 월드케미칼 대표가 도입한 회사 정책 덕이다.

    월드케미칼은 복지만 좋은 회사가 아니다. 폴리에틸렌(PE) 하수관을 생산하는 업체 중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강소기업이다. 박 대표는 2009년 기업 인수한 후 14년 만에 연 매출 40억원 규모로 성장시켰고, 지난해 제2공장 착공에 나서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기업의 양적 성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 직원, 환경과 상생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8일 동산면 동춘천일반산업단지 월드케미칼 공장에서 만난 박 대표는 “기후 위기가 모두의 고민인 지금, 지역 제조업체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Q. 월드케미칼이 가진 ‘하수관 업계 최초‧유일’ 타이틀이 많다고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발아래 어디에나 하수가 흐르는 관이 있어요. 하수도관은 가정에서 배출한 오수와 공장폐수, 빗물을 모아 처리 시설로 보내는 인체의 혈관 같은 역할을 하죠. 월드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름 2m의 대구경 하수관을 제조하는 춘천 기업입니다. 집중호우 상황에서 많은 양의 빗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대형 하수관이죠.

    폴리에틸렌(PE) 하수관은 업계 최초로 3회 연속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됐습니다. 연 매출 40억원, 직원 25명의 국내 하수도관 생산 업계 5위 규모입니다. 2019년에는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PE 하수관 부문 수주 실적 1위를 달성하기도 했고요.

     

    월드케미칼이 생산한 대형 PE하수관 제품이 출하되고 있다. (사진=월드케미칼)
    월드케미칼이 생산한 대형 PE하수관 제품이 출하되고 있다. (사진=월드케미칼)

    Q. 춘천을 대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 기업으로도 유명한데요.

    지난달 열린 강원도 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 유일하게 ‘탄소중립’ 분야로 참여해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물과 에너지를 최대한 순환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공장을 운영할 때 들어가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빗물을 모으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던 목적이었어요. 점점 관심을 가질수록 생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탄소중립 기술이나 지원 정책이 많더라고요.

    Q. 탄소중립이 공장 운영에도 효율적인가요?

    물론이죠. 생산 설비가 있는 공장에서는 자연광을 활용해요. 낮에 조명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밝은 작업 환경을 유지할 수 있죠. 이렇게 전기료를 월 200만원씩 아낄 수 있습니다. 효율이 높은 LED 조명을 사용했더니 전기 사용량이 더 줄었고요.

    부지 유휴공간에는 태양광 설비를 두고 전기를 자체 생산하고 있습니다. 빗물을 탱크에 모았다가 공장 용수와 조경 용수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외부에는 콘크리트 벽 대신 철쭉 3000그루를 심어 산업단지 숲을 조성했어요. 산단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이죠.

     

    낮 시간 자연 채광을 활용해 에너지 사용을 줄인 월드케미칼 공장 내부. (사진=권소담 기자) 
    낮 시간 자연 채광을 활용해 에너지 사용을 줄인 월드케미칼 공장 내부. (사진=권소담 기자) 

    Q. 여러 제조업체가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월드케미칼에는 장기 근속 직원들이 많다고요.

    월드케미칼에는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많아요. 좋은 인력을 유치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복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 복지 제도는 어느 중소기업과 비교해도 좋다고 자부해요.

    올해부터 최우수직원 3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족수당이나 금연 수당, 생일축하금, 자녀 입학 축하금 말고도 근속연수에 따라 장기근속 축하금을 지급하고요. 입사 10년차를 맞은 직원에게는 가족 1명 동반 4박 5일 해외여행을 보내줍니다.

    대학등록금과 교육비도 지원합니다.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죠. 덕분에 지난해 고용노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인증한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어요.

    Q. 사회적기업 전환을 추진 중이시라고요?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신규 지정됐고 내년 중 사회적기업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여성, 출소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지역과 함께하기 위함입니다.

    지역에서 양질의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잖아요. 구직자들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자들도 개인의 이윤만 생각하는 태도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어요. 내가 조금 덜 가져가고 직원들과 함께 나누는 문화가 정착되면, 갈수록 좋은 인재가 유입되면서 선순환이 일어나거든요.

     

    박재희 월드케미칼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박 대표는 강원청년경제인연합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연합회는 대표자 나이 만 55세까지 연합회에 가입할 수 있는데, 박 대표와 같은 장년의 경영자들은 뒤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청년 기업인과 지역사회의 가교 역할이다. 박 대표는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젊은 기업인들이 능동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강원도 청년 기업이 100년을 이어가는 장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연합회 차원에서 경영 관리와 지원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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