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시작은 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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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시작은 닭갈비

    • 입력 2023.05.12 00:00
    • 수정 2023.05.12 11:09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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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춘천일기 매장을 처음 연 곳은 육림고개였다. 청년상인 모집공고를 보고, 그동안 평범하게 회사만 다녀본 우리가 저기서 과연 뭘 할 수 있을지 한참을 망설였지만 육림고개에 우리만의 공간을 열 기회였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집 분야엔 먹거리, 잔재비, 자연 곳간이라고 쓰여 있었다. 분식, 수제맥주펍, 이색 디저트 가게, 목공예, 가죽공예, 녹색 화분 식물 전문 공간,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 눈에 쏙 들어온 한 단어, 바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춘천이라는 장소를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는 여행기념품을 만들고, 여행기념품을 사러 온 여행자들에게 춘천을 소개하는 여행자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 우리가 처음 춘천 여행, 아니 춘천살이를 시작한 육림고개에서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이루어졌다. 

     

    춘천일기 매장을 처음 연 곳은 육림고개였다.
    춘천일기 매장을 처음 연 곳은 육림고개였다.

    우여곡절 끝에, 육림고개 꼭대기 뻥튀기집 옆 울산기름집이 로컬상점 & 여행책방 춘천일기로 재탄생했다. 창업비용이 부족하기도 했고, 가급적 오래된 시장의 레트로한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최대한 기존 가게의 모습을 유지하고 최소한으로 고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완성되었다. 육림고개 언덕의 암벽들도 군데군데 남아있어, 동굴 같기도 하고, 페인트가 겹겹이 칠해진 벽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라 마치 춘천이 아니라 유럽 어딘가에 있는 공간 같기도 했다. 

    이 공간의 숨겨진 매력은 바로 이층에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선물처럼 펼쳐지는 창문 밖 풍경은 마치 그림엽서 같았다. 약 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낡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춘천을 닮은, 춘천을 담은 춘천굿즈를 만들었다. 

    춘천일기가 가장 처음 만든 춘천 굿즈는 바로, 춘천의 대표 키워드를 담은 춘천 백이다. 

    춘천 하면 떠오르는 것! 아마 열 명 중 아홉 명은 닭갈비, 막국수를 떠올리지 않을까? 춘천 뭐 닭갈비 말고 뭐가 있어 하는 사람들도 종종 만난다. 그렇지만 “닭갈비”, “막국수”라는 뚜렷한 지역대표 키워드, 게다가 먹거리를 가지고 있는 건 정말이지 큰 자산이다. 

    마침 제주도에 살고 있던 지인들이 펀딩을 통해 은갈치와 고기 국수 티셔츠를 만드는 중이었는데, 우리도 춘천을 대표하는 닭갈비/막국수 티셔츠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고민하던 차였다. 티셔츠는 사이즈 때문에 재고관리가 어려우니 대신 가방으로 시작해보라는 패션업계 선배의 조언으로 티셔츠 대신 닭갈비, 막국수, 기차라는 춘천 대표 키워드 세 가지를 담은 춘천 백을 만들었다. 

    닭갈비 소녀 “사리”와 막국수 소년 “메밀보이”, 기차와 춘천의 호수, 자전거와 오리배가 그려진 ”itx 청춘“ 가방은 여행자들과 춘천을 사랑하는 춘천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려나가는 춘천일기의 대표 효자상품이다. 

    가끔 길을 걷다가, 춘천 백을 든 사람들을 만날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일렁인다.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누군가가 정의한 여행의 뜻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날마다 여행일지도 모른다.

    ■최정혜 필진 소개
    -닭갈비 먹으러 춘천에 왔다
    -춘천에서 눌러살게 된 춘천 찐덕후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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