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경의 교육시선] AI시대, 진정한 스승의 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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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의 교육시선] AI시대, 진정한 스승의 길이란

    • 입력 2023.05.10 00:00
    • 수정 2023.05.10 13:39
    • 기자명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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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스승의 날(5월 15일)이 다가온다. 어린이날(5월 5일)과 어버이날(5월 8일)에 대해서 청소년과 부모님은 기다리는 마음이 큰 반면,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마냥 기다려지지 않는다. 솔직히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나도 그렇다. 스승의 날 기념식이라고 학생들이 보내는 초대장을 보면 안절부절 못한다. ‘스승’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스승의 날은 내가 과연 이 칭호에 어울리게 살고 있는지 반성하는 날이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스승의 날이 생기게 된 건 학생들의 영향이 컸다. 1958년 충남 논산 강경고등학교의 청소년적십자단(RCY) 학생들이 병석에 누워계신 선생님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학생들은 매년 퇴직한 선생님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였고, 충청남도에서 이를 기념해 1963년 9월 21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사은 행사를 하였다. 

    1964년부터는 은사의 날을 ‘스승의 날’로 고쳐 불렀고, 날짜도 5월 26일로 바꿨는데 이것이 제1회 ‘스승의 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1965년부터는 국가가 나서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했다. 5월 15일은 세종대왕의 탄신일로, 스승이 세종대왕처럼 존경받는 시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기원은 조금씩 다르지만, 세계 각국은 스승의 날(Teacher’s Day)을 통해서 교사들의 노고와 사회에 대한 공헌을 인정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그런데 ‘스승’이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교사(teacher)라는 말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학생들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와 도덕적인 가르침을 전하는 역할, 즉 스승은 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학생들의 성장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스승은 학생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학생들의 성격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가르침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기서 맞춤형 가르침은 요즘 교육당국에서 말하는 ‘학생 수준별 맞춤형 지도’와는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각종 온라인도구를 활용하여 학생의 학력수준에 따라서 개별지도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승은, 정서적 위로가 필요한 학생에게는 따뜻한 배려와 지지를,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개별지도를, 특기교육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관련 전문분야와의 연계를 통한 수월성 교육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스승의 제1 자질은 무엇보다 학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이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

    참으로 놀랍게도 스승의 어원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무당을 나타내는 무격에서 유래한다는 설과 중을 나타내는 사승에서 유래한다는 설이다. 무당을 나타내는 무격(巫覡에)서 무(巫)가 여자무당을, 격(覡)은 남자무당을 말하는데, 옛 문헌에서 보면 巫를 ‘스승 무’라 하고, 覡을 ‘화랑이 격’이라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승이란 여자 무당을 말하는 것이다(최기호, 『어원을 찾아 떠나는 세계문화여행』, 2009). 무당과 스승이 같은 줄기에서 나왔다는 것은, 눈앞에 있는 상대방의 필요와 갈급함에 가장 깊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교사의 지위가 예전 같지 않다고들 말한다. 교사가 되려고 마음  먹는 청소년들도 줄어들고 있으며, 교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의심이 가득하다. 사범대학의 교수로서, ‘예비교사들과 디지털 첨단매체가 점령한 미래사회에 교사는 없어질 직업이 될까?’ 토론한다.

    교사의 역할이 단순히 지식을 잘 가르치는 것 이상의 ‘스승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인공지능(AI) 도구들이 교사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래사회 교사들은 이들 첨단 디지털도구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지식 전달자 이상의 정서적 지지자로서 학생 개개인과 눈을 맞추고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도 교사를 줄이지 않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 남수경 필진 소개

    -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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