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근현대 춘천 이야기] 김현식 소장 고문서와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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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근현대 춘천 이야기] 김현식 소장 고문서와 춘천

    • 입력 2023.05.04 00:00
    • 수정 2023.05.10 09:21
    • 기자명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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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한반도는 말 그대로 포탄에 검게 그을려 못쓰게 된 땅처럼 폐허가 되었다. 이때 춘천의 관공서에 남아 있던 공문서도 거의 멸실되었고, 가문으로 전승되던 고문서도 대부분 일실 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춘천문화원에 고문서와 근현대유물 등 584점을 기증하겠다는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일평생 춘천 관련 유물을 수집해온 김현식 씨다. 

    김현식 씨가 소장하고 있던 고문서는 모두 192점. 상당한 규모로 대부분 춘천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가치가 있다. 고문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춘천에 모든 자료가 고스란히 기증된다는 점에서 더없이 값지고 귀한 의미를 지닌다. 

    기증 예정인 고문서는 한시(漢詩) 자료 25건, 토지 매매 명문(明文) 42건, 호구단자(戶口單子)와 소송 단자 38건, 정부 문서 교령(敎令) 14건, 기타 고문서 29건 등이다. 자료의 면면을 살펴볼수록 춘천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한시 자료에는 1776년 강원 감사를 지낸 김이소(金履素, 1735~1798)가 정조에게 바친 시가 있으며, 18~9세기경에 열린 것으로 추정되는 시회(詩會)와 이를 시축(詩軸)으로 묶은 4건의 고문서가 있다. 춘천 시회(詩會)와 문학적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서간 자료도 눈길을 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화서학파 내 저간의 사정을 살필 수 있는 여러 편지와 거두리 효자 박주국(朴柱國) 아들 희삼(凞三)이 혼인한 사돈집에 보내는 답례 편지, 글쓴이 미상 한글 편지가 흥미롭다.

    토지거래 후 작성한 토지 매매 명문을 통해서는 신분 변동과 부(富)의 재분배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명문 한 건을 제외하고 1708년부터 1916년까지 208년간(間)의 춘천 남면과 남산면 지역 토지 매매 문서로 시기별 지가(地價)의 변천과 그 매매 요인이나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자료다. 

     

    김이소(金履素, 1735년~1798년)가 왕에게 바친 친필 시. (사진=김현식 소장)
    김이소(金履素, 1735년~1798년)가 왕에게 바친 친필 시. (사진=김현식 소장)

    호구단자를 통해서는 춘천의 호구조사와 실태를 살펴볼 수 있다. 호구단자 30건은 1759년부터 1876년까지 117년간의 춘천의 특정 지역 문서다. 특히 사노비의 변화를 추적하여 이 시기 신분 구성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으며 인구 변화 관련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 문서 교령(敎令)은 모두 14건으로 교지(敎旨) 5건, 칙명(勅命) 4건, 유서(諭書) 2건, 영지(令旨) 3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는 정도복(丁道復)과 이집(李鏶)의 춘천 부사 교지(敎旨)와 유서(諭書)가 함께 있어 그 가치가 돋보인다.

    이밖에도 일반인이 관공서에 올리는 상서(上書)와 관원이 상급 기관에 올리는 첩정(牒呈), 가문(家門)의 중요한 인물이나 내력을 기록한 행장(行狀) 등 다수의 고문서가 기증될 예정이다. 특히 영암 박씨 집안의 포창(褒彰)을 요청하는 연명(聯名) 상서(上書) 16건과 하급 기관에서 상급 기관에 올리는 첩정 여러 건은 강원도와 춘천의 당시 사회상황을 살필 수 있는 자료다. 

    김현식 씨의 고문서는 오는 8일 오후 2시 춘천문화원 학이실에서 열리는 기증식을 통해 춘천의 자원이 된다. 또 함께 기증하는 근현대유물 392점은 한국전쟁 이후 춘천에서 생산된 것으로 생활·문화사 측면을 살필 수 있는 뜻깊은 유물이다. 이는 춘천의 근현대사 면모를 파악하고 살필 수 있는 귀한 자료일 뿐 아니라 춘천의 정체성을 세우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영원한 춘천인 김현식 씨의 그간 춘천에 대한 열정과 사랑에 무한 경의를 표할 뿐이다.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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