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문화의 종말?" 춘천에서 ‘보신탕집’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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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고기 문화의 종말?" 춘천에서 ‘보신탕집’ 사라졌다

    김건희 여사 발언 등 개고기 논란 지속
    춘천 내 개고기 판매 업체 꾸준히 감소
    간판 속 ‘보신탕’ ‘영양탕’ 점점 사라져
    보신탕 접고 염소고기 판매하는 가게도

    • 입력 2023.05.01 00:01
    • 수정 2023.05.04 06:36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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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여사의 ‘개 식용 금지’ 발언 등 개고기 논란이 화두에 오른 가운데 춘천지역 보신탕 영업이 사실상 소멸 단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동물보호단체들과 가진 비공개 일정에서 “윤 대통령 임기 안에 개 식용을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도 개 식용 금지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벼랑 끝에 몰린 육견 업계는 개 식용은 관행이자 취향 문제일 뿐이라며 개 농장주의 생존권을 침해했다고 주장, 명예훼손 혐의로 김 여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처럼 개고기 식용 문제는 수년째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고,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해외에서 비판을 받으며 개고기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본지 취재 결과 춘천에서 ‘보신탕’이라는 이름을 쓰는 업체는 한 곳도 남지 않았다.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춘천에서 ‘보신탕’이라는 단어를 상호에 사용한 업체는 28일 현재 한 곳도 없다. 과거 6곳의 업체가 ‘보신탕’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운영했지만 2019년 신북읍 ‘짱구보신탕’을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자취를 감췄다. 구글맵 기준으론 두 곳이 검색되는 등 사실상 소멸 단계에 놓였다.
     

    춘천 내 보신탕 업체들이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춘천 내 보신탕 업체들이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현재 ‘영양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업체는 13곳이 운영 중이다. 최근엔 염소고기 등으로 영양탕을 만드는 업체가 늘어났지만 통상 영양탕은 ‘사철탕’과 함께 보신탕을 다르게 칭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춘천에서 영업하던 영양탕 업체 69곳 가운데 56곳이 20년 사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의 폐업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살길을 찾아 변화를 선택하기도 했다. 춘천 퇴계동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던 박모(65)씨는 몇 년 전부터 염소고기로 재료를 바꿨다. 박씨는 “해가 갈수록 단골도 줄고 복날 손님도 반 토막 나 메뉴를 바꿔버렸다”면서 “요즘 사람들은 보신탕의 ‘보’자만 들어도 까무러치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개고기를 판매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가게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며 익명을 요청했다.

    업체 관계자의 말처럼 개고기를 소비하지 않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단법인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0~11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94%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고, 89%가 “앞으로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닭, 돼지고기 등 대체 음식 소비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염소고기의 경우 1년 새 가격이 8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염소고기가 보신탕의 유력한 대체재로 떠오른 탓이다.

    한국흑염소협회 관계자는 “개고기 소비 감소로 육질 등이 비슷한 염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며 “건강용으로 주목받는 만큼 앞으로도 인기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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