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효리네 민박+삼시 세끼+신혼일기=춘천일기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춘천일기] 효리네 민박+삼시 세끼+신혼일기=춘천일기

    • 입력 2023.04.28 00:00
    • 수정 2023.05.02 08:16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우리가 춘천에 막 이사와 살기 시작할 무렵, 내 인생의 롤모델 효리 언니도 제주도에서 민박집을 오픈했다. 물론 집의 크기와 집주인의 외모는 달랐지만, 우리도 평생의 로망이었던 민박집을 에어비앤비로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가 쓰려던 이층 방을 손님방으로 꾸며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려두었다. 공간 설명도 자세히 써서 겨우 완성했는데 계속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영이 잘되는 숙소들을 찾아보니 눈에 띄는 매력적인 이름이 있었다. 우리도 그냥 구봉산 이층집이 아니라, 뭐라고 이름을 정해봐야 할 텐데, 그렇게 고민하다가 정했던 이름이 춘천일기다, 당시 인제에서 신혼부부가 알콩달콩 지내는 나영석 PD님의 리얼리티 방송이 한창 화제였던 게 영향을 주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모습은 신혼일기보다 삼시세끼 쪽에 더 가까웠다. 

    텃밭에 고추, 상추,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 호박, 오이, 가지 작물이란 작물은 다 심어두고 이른 아침 닭이 우는 소리에 일어나 밭에 물을 대고, 직접 기른 채소들로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다 해 먹었다. 그야말로 현실판 삼시 세끼. 아침 먹고 치우면, 점심시간, 점심 먹고 치우면 저녁 시간, 그렇게 잠들면 다시 아침. 처음 해보는 주택살이에 남편은 요령 없이 무리한 나머지 응급실에 실려 가 입원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끔 그 시간을 떠올리면, 그때만큼 마음 편하고, 행복했던 시간은 다시 없었던 것 같다. 

    춘천에 가족도, 친구도 없는 우리에게 매주 춘천일기로 찾아오는 손님들은 진짜 그야말로 스페셜게스트였다. 게스트들을 위한 우리만의 지도를 만들었다. 광고성 블로그나 뻔한 여행 정보가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공간들, 춘천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공간들, 로컬 찐 맛집을 게스트들에게 소개했다. 차 없이 춘천에 온 친구들은 차를 태워 메밀꽃밭에 가기도 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자전거로 의암호 한 바퀴를 돌기도 했다. 단순히 1박에 얼마 숙박비를 벌기 위한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큰 기쁨이자 보람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커플이 있다.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춘천에 여행을 왔던 친구들인데, 오랜 기간 장거리 연애를 하고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였다. 첫 국내 여행을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춘천에 왔다는 친구들이었다. 마침 그날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손님 때문에 어디 멀리 여행을 갈 수 없어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춘천호 근처 숲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다른 이유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우리가 지금 있는 장소를 알려주고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데, 혹시 괜찮으면 와서 같이 피크닉을 하자고 얘기했고, 조금 있다 그 친구들이 도착했다. 

    해는 져서, 주위는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누군가의 핸드폰으로는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잔잔한 호수 위로 별빛이 흐르고, 새까만 하늘에도 별이 가득했다. 두 친구의 연애 시절 얘기부터, 우리 부부가 춘천에 오게 된 이야기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 그렇게 한참을 얘기를 나누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 친구들이 춘천을 떠난 뒤 남겨준 후기가, 이메일로 도착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춘천이 호스트님 덕분에 너무나 의미 있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

    그때, 다시 한번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 춘천, 우리가 잘하는 일, “춘천을 새롭게 발견해서 알려주기”.

    그렇게, 진짜 우리의 춘천일기가 시작되었다.

     

    ■최정혜 필진 소개
    -닭갈비 먹으러 춘천에 왔다
    -춘천에서 눌러살게 된 춘천 찐덕후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