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③아직도 춘천이 강원도 첫번째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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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③아직도 춘천이 강원도 첫번째라고 생각하십니까

    [추락하는 수부도시] 써브웨이, ‘강원도 1호’로 원주 선택
    인구와 경제 규모, 원주보다 10~20% 뒤쳐져
    수입차 전시장도 춘천보다 원주 선호
    공공기관‧금융 서비스도 춘천 외면

    • 입력 2023.04.13 00:01
    • 수정 2024.01.02 09:29
    • 기자명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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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브웨이는 맞춤형 주문 제조 방식 샌드위치로 인기가 많은 프랜차이즈다. 미국 본사의 승인과 상권 조사, 입지 분석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가맹점을 선정한다. 20여 년 전 춘천과 원주에서도 매장을 운영했으나 각각 1999년, 2005년 철수한 이후 그동안 강원지역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써브웨이가 재진출을 선언하고 ‘강원도 1호 매장’으로 원주를 선택한 건 그 사이 벌어진 춘천과 원주의 격차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강원도 내 유일한 ‘써브웨이’ 매장이 올해 2월 원주 무실동에 개업했다.

    2023년 현재, 강원도를 대표하는 도시로 춘천을 꼽는 사람은 춘천시민뿐이다. 이미 객관적인 지표상 강원도의 첫번째 도시는 원주가 됐다. 인구와 지역 내 총생산 같은 수치뿐만이 아니다. 눈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반시민과 민간 기업의 인식에서는 이 점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춘천시가 강원도 내에서 갖는 위상은 날이 갈수록 쪼그라든다. 춘천은 ‘수부도시’가 아니라 ‘변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춘천과 원주 경제 규모 비교.(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과 원주 경제 규모 비교.(그래픽=박지영 기자)

    ▶ 원주에만 있고 춘천에는 없는 것

    올해 기준 춘천 인구는 28만6850명으로 원주(36만752명)보다 7만3000여명(20.2%) 적다. 2020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은 춘천이 8조1333억원으로 원주(9조669억원)보다 1조원(10.3%) 가량 뒤처진다. 

    경제 분야 주요 지표들 중 춘천이 원주에 앞서는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수출 실적에서부터 차이가 확연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춘천지역 기업의 수출 실적은 연간 3억3407만달러로 원주(10억3687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팬데믹 여파에도 원주는 수출액이 전년 대비 7210만달러(7.5%) 성장한 반면, 춘천은 그마저도 1년 새 2745만달러(7.6%)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춘천(60.7%)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원주(62.4%)에 밀리고 강릉(60.7%)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용률(59.1%) 역시 원주(59.9%)와 강릉(59.4%)에 비해 저조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춘천에는 3만6682곳의 중소기업이 운영 중으로 원주(4만7699곳)에 비해 1만1017곳(23.1%)이 적다. 소상공인 규모 또한 춘천(3만4725곳), 원주(4만5210곳) 등 1만485곳(23.2%)이 뒤처져 있다.

    수입차 보유 비율은 지역의 경제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원주시에 등록된 수입 승용차는 1만8523대로 춘천(1만2629대)보다 5893대(46.7%) 많다. 원주(36만752명) 인구가 춘천(28만6850명)보다 7만3902명(25.8%) 많은 것을 감안해도 원주의 수입차 보유가 훨씬 많은 셈이다. 춘천시민들은 수입차를 구매하려면 원주나 서울로 간다. 아우디, BMW, 포드링컨, 렉서스 등의 매장이 원주에만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나마 춘천의 관광산업이 원주에 앞서 있지만, 실질적인 경제 효과 면에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2월 춘천을 방문한 내국인이 신용카드로 소비한 금액은 113억7880만원으로 원주(111억4040만원)에 소폭 앞섰다. 소셜미디어(SNS) 언급량이나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량 등은 춘천이 훨씬 많지만, 춘천을 찾은 관광객들은 체류 시간이 짧고 숙박일수도 적은 데 비해 원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더 오래 머물고 숙박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 공공‧금융 서비스도 춘천 외면

    도청 소재지 춘천이 비교 우위를 가진 공공행정이나 금융 분야도 점차 원주와 강릉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육 시장은 지난 1월 파크골프장, 출렁다리 조성 등에 대한 협의를 위해 원주로 향했다. 원주지방환경청, 원주지방국토관리청, 한국관광공사 본사, 한국산업단지공단 강원본부 등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공무원 도시’라 자부했던 춘천은 이미 강원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강원혁신도시가 들어선 원주는 공공기관 규모에서도 춘천을 따라잡고 있다. 2013년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대한적십자사, 한국관광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도로교통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등이 원주 혁신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무려 10개 기관이 원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우정청,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경제 분야 공공기관 역시 춘천 대신 원주에서 지역본부와 지사를 운영한다. 금융 분야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 강원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춘천지역 예금은행 점포 수는 25곳으로 원주(30곳)보다 5곳이 적다. 노승만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춘천시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 동향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는데 노력을 안 한 게 경쟁 도시에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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