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감언이설] 나는 챗GPT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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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의 감언이설] 나는 챗GPT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입력 2023.04.13 00:00
    • 수정 2023.04.13 08:25
    • 기자명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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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세상은 바뀐다. 문제는 너무 빨리 바뀐다는 점이다. 나 같은 50대에게 그 속도는 가혹하다. 과거로 돌아가 보자. 어릴 적 내가 겪었던 가장 큰 기술적 충격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접했던 컬러 텔레비전이었고, 내가 받았던 최고의 기술 교육은 주산학원에 다니는 것이었으며,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최고의 테크놀로지는 전자오락실에 가서 갤러그를 하는 것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대학교 때 ‘삐삐’(무선호출기)와 PC 통신과 PCS 폰이 나왔지만 적응하는 데 아무 문제 없었다. 한글 프로그램이나 쓰는 문과생에게 컴퓨터는 타자기나 마찬가지였고, 휴대전화는 집 전화의 연장일 뿐이었으니까.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인터넷이 등장했지만 그렇게 버겁지 않았다. 웹 서핑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스킬이었으니까.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뒤쳐진다는 느낌이다. 시작은 스마트폰이다. 기존의 기술들을 스티브 잡스가 손바닥만한 금속과 플라스틱 덩어리 안에 잘 조합했을 뿐이라지만, 그 낯선 물체가 연 새로운 세상은 낯설었다. 그리고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것이 세상을 바꾼다’는 식의 트렌드나 테크놀로지가 정신없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스마트폰과 함께 SNS 혁명이 일어났는데, 이것은 과거 싸이월드와는 다른 것이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릴 거라 했고, 자율주행차량이 도로를 질주하고 로봇과 인공지능(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며 가상현실(VR) 영화가 일상이 되는 미래의 모습이 제시되었다. 사물인터넷(IoT)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페와 NFT가, 삶을 바꿀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 메타버스가 온 세상을 삼켜버릴 것만 같았고, 가장 최근엔 챗GPT라는 괴물이 등장했다. 

    물론 이 중엔 거짓 선지자들도 있었다. 메타버스의 열풍은 의외로 빨리 사그러들었고, 5G 기술이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거라는 예언도 있었지만 휴대전화 요금이 올라간 것 말곤 별 변화가 없었다. 음식점마다 키오스크가 들어선 건 나름 변화지만, 사물인터넷의 위력도 그저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건지 아직 모르겠고, 우린 여전히 시간당 최저임금을 놓고 줄다리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진짜로 세상을 뒤집는 혁신적 기술도 있다. 특히 최근에 등장한 챗GPT라는 놀라운 프로그램은 벅차면서도 두렵다. 그 어떤 질문에도 척척 대답하는 이 녀석이 변화시킬 세상에 적응하기엔, 50대인 나의 사고방식과 지적 토대는 심각한 구닥다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이라도 뭘 새로 배워야 하나? 코딩도 모르는데 가능할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준엄하게 묻는다. 나는 챗GPT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론은 부정적이다. 나와 세상의 격차는 벌어질 것이고, 챗GPT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 또 출현해 나를 점점 ‘과거형 인간’으로 만들 것이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도태되든지, 이 악물고 배워서 따라잡든지. 제안 하나 하고 싶다. 지역의 대학에서 강좌 하나 열면 어떨까? 정신없이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중년의 사회적 생존을 위한 기술 수업. 혹시 아는가. 신입생이 줄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대학에게, 작은 돌파구가 될지. 

     

    ■김형석 필진 소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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