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초‧중‧고 나와도 ‘지역인재’가 될 수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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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서 초‧중‧고 나와도 ‘지역인재’가 될 수 없다니

    ■ [칼럼] 권소담 경제팀 기자

    • 입력 2023.04.05 00:01
    • 수정 2023.04.07 06:40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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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취업 등의 이유로 연고지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들을 ‘U턴족’이라고 한다. 대도시를 거쳐 고향이 아닌 인근 중소도시에 정착하는 경우는 ‘J턴’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강원도가 좋아서’ 이곳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정착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시‧도 간 전입, 즉 강원 밖 청년이 춘천에 유입된 경우는 올해 2월 한 달에만 25~29세 240명, 30~34세 143명, 35~39세 100명에 달한다.

    강원도에 자리 잡으려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자리다. 산업연구원은 ‘MZ세대 수도권 이동자의 직업 가치관 변화와 특징’ 보고서를 통해,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들은 근로 소득을 중시하는 반면 고용 안정성에 대한 중요도가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말하면, 지역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려는 청년들은 근로 소득이 낮아도 고용 안정성이 높은 직장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원주 강원혁신도시에는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장이 밀집해있다. 채용 시즌을 맞아 이달 중 강원지역에 본사를 둔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관광공사 등이 구인에 나섰다.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지역 밀착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뽑아야 한다. 2018년 18%에서 시작해 매년 3%p 목표치를 올려 잡아 지난해 30%까지 지역인재 비중을 높였다. 건보공단의 경우 지난해 지역인재 채용실적이 76%에 이를 정도로 관련 채용이 활발하다.

    강원도 출신이어도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도 출신이어도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타자화’된 U‧J턴족은 불리한 구직 환경에 내몰려 있다. 국토교통부 예규에 의해, ‘지역인재’의 자격은 출신 지역과 상관없이 최종 학력(고졸·대졸)이 해당 지역 광역 시‧도에 소재한 학교인 경우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울 사람이 강원대나 한림대를 졸업하면 지역인재로 취급받지만, 춘천에서 초‧중‧고를 졸업해도 ‘인서울’ 대학을 나오면 지역인재가 될 수 없다. 강원지역 대학 졸업 후 서울에 있는 대학원을 나오면 지역인재에 해당하지만, 다른 지역 대학 졸업 후 강원도내 대학원을 나오면 지역인재가 아니다. 강원도 출신 ‘인서울’ 대학 졸업생들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고향 친구가 “엄마가 암 투병 중인데 돈 벌겠다고 멀리 떨어져 사는 게 맞냐”는 하소연을 했다. 강원도에 살고 싶어도 그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 인프라가 부족한 강원도에 살아가는 청년들은 그동안 성인이 되면 집을 떠나는 것이 당연했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이제 강원지역에도 ‘괜찮은 일자리’가 생겼다. 고향을 떠났던 이들이 다시 지역에 정착할 때, 이들을 ‘지역인재’로 품을 수 있는 정책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강원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67.1%에 그친다. 10명 중 3명은 직장 생활만 강원도에서 한다는 의미다. 도내 대학 입학생 중 지역 고교 출신도 갈수록 줄고 있다. 그 결과 대학을 졸업한 20대 초중반의 청년 수천 명이 매년 지역을 떠난다. 강원도를 지킬, 진짜 지역인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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