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근현대 춘천 이야기] 춘천이궁(春川離宮)과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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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근현대 춘천 이야기] 춘천이궁(春川離宮)과 춘천

    • 입력 2023.04.06 00:00
    • 수정 2023.04.11 18:09
    • 기자명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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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평화 강원을 꿈꾸는 춘천의 봉황은 다시 춤출 수 있을까?

    춘천에는 일제 강점기 화재로 소실된 궁궐이 있었다. 서울과 경기도 외에 유일하게 지어진 궁궐인 ‘춘천이궁’은 고종의 명으로 조선 후기 1890년에 완성됐다. 현재는 이궁 정문으로 사용했던 ‘조양루’와 ‘위봉문’만이 그 의미가 무색하게 자리를 뺏겼다가 꼭 10년 전 다시 돌아와 자리하고 있다. 

    춘천이궁의 정수(精髓) 문소각
    춘천이궁은 현 강원도청 자리인 춘천 관아에 세워졌으며, 궁궐의 주요 건물인 문소각(聞韶閣)은 1648년 당시 부사(府使) 엄황(嚴愰, 1580~1653)에 의해 관아의 부속 건물로 세워졌다. 엄황이 건립한 문소각은 춘천을 찾아오는 손님과 부사 자신을 위한 휴게공간이자 나라의 징표인 전패(殿牌)를 모시는 신성 공간이었으며 향시(鄕試)를 치르던 시험장(試驗場)이기도 했다. 

    춘천 부사를 지낸 조재호(趙載浩, 1702~1762)는 문소각 앞뜰에 범이 출몰하자 이를 사냥하는 광경을 소상하게 시로 지어 전하기도 했다. 문소각은 1750년경 14칸 규모로 증축됐으며 1869년 춘천부사 김병육(金炳陸, 1869.4~1871.6 재임)이 24칸으로 확장했다. 1890년 고종의 지시를 받은 민두호(閔斗鎬)가 48칸이 넘는 규모로 증축하고 외삼문인 조양루와 내삼문인 위봉문도 함께 정비해 춘천이궁을 완성했다. 춘천이궁의 완성으로 도호부(都護府)였던 춘천이 유수부(留守府)로 격상, 그 공로로 민두호는 초대 춘천유수가 됐다. 

     

    1924년 문소각 전경. (사진=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1924년 문소각 전경. (사진=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태평성대를 품은 봉의(鳳儀)와 문소(聞韶) 
    고대에 순(舜)임금은 정치를 잘하여 태평성대를 이루고 소소(簫韶)라는 음악을 만들어 연주하니 봉황이 궁궐마당에 날아와 춤췄다고 한다. 봉의산의 봉의는 봉황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는 뜻에서 가져왔고 문소각의 ‘문소(聞韶)’는 ‘순(舜)임금 음악인 소소(簫韶)를 듣는다’는 뜻을 취해 왔다. 이러한 작명에서 온 나라 백성이 배불리 먹고 평화롭게 사는 태평성대를 바라는 우리 선조의 선한 마음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바람이 배어 있어서일까. 1890년 유수부로 승격한 춘천은 1896년 강원도 군현 전체를 통괄(統括)하는 관찰부(觀察府)로 승격, 명실상부한 강원도 수부도시(首府都市)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춘천이궁은 해체돼 1938년 조양루는 우두산으로 옮겨졌다. 1940년 문소각은 화재로 소실됐으며 위봉문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시련을 겪고 2013년에 와서야 조양루와 위봉문만이 본래 자리로 이전했다.

     

    1919년 봉의산에서 바라본 춘천이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1919년 봉의산에서 바라본 춘천이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봄날의 활짝 핀 희망의 터전 춘천이궁의 복원을 꿈꾸다
    만물이 생동하는 이 봄에 ‘춘천이궁’의 부활을 상상해본다. 어질고 지혜로운 성자와 함께 나타난다는 봉황이 ‘문소(聞韶)’에서 춤을 추고, 밤새 내 고장을 지켜주다 아침 해가 뜰 때 곤히 잠을 청해 주는 곳, 그곳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평화 감성의 안전지대가 아닐까. ‘춘천이궁’ 재건은 불안하고 피로한 오늘을 사는 우리를 든든하게 하나로 연결하게 될 것이다. 또 지역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여 도시의 정체성으로, 나아가 역사와 상징적 의미를 더한 강원평화의 중심 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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