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여행기] 티베트, 자유, 그리고 여행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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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 여행기] 티베트, 자유, 그리고 여행 첫 번째 이야기

    • 입력 2023.04.07 00:00
    • 수정 2023.04.19 17:04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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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지리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지리교사

    만약 누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어디인지 묻는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티베트라고 답합니다. 이유는 역설적으로 티베트는 외국인들이 갈 수 없던 지역이었기 때문이에요. 당시 티베트는 외국인이 여행하려면 허가증이 필요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전후로 티베트에서는 분리 독립 시위가 발생했고, 많은 외국인이 이를 지지했어요. 이러한 이유로 중국 정부는 허가증 없는 외국인들의 티베트 여행을 금지했습니다.

    당시 인터넷에는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티베트에 대한 여행 정보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따르면 허가증 없이 티베트를 여행하다 공안에 걸리면 최소한 추방이고 운 나쁘면 사형까지 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웃어넘겼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몸이 으스스해집니다.

    이렇게 겁 없는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혹시 추방당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습니다. 춘천 지역 마트에서 컵라면과 햇반 등 비상식량과 소주도 몇 병 준비했습니다. 라싸까지 가는 칭짱철도의 46시간 동안 지루함을 달래줄 화투도 준비했습니다. 출발하기 전날 밤 브래드 피트 주연의 ‘티베트에서의 7년’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허가증이라는 단어가 나왔고, 불안한 표정의 브래드 피트의 마음이 너무도 공감되어 웃픈 마음으로 영화를 보다 잠들었습니다.

    베이징에 도착해 조선족 민박집으로 갔습니다. 이곳 사장님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티베트 임시 허가증과 라싸행 칭짱철도를 구매 대행까지 해 주신다고 합니다. 드디어 티베트 여행이 미지의 영역이 아닌 가시권으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점점 라싸의 포탈라궁과 티베트고원의 야크 떼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베이징 서역에서 라싸행 칭짱철도에 올랐습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달리는 철도라는 명성을 보유하고 있던 칭짱철도는 베이징에서 출발해서 티베트의 수부 라싸까지 약 46시간이 걸립니다. 차창 밖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빼곡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조금씩 사라지고 초원과 황토고원, 사막으로 이어집니다. 중국 서부지역의 중심도시 시안을 지나면서 귀가 먹먹해지면서 점차 설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필자가 라싸행 칭짱철도를 이용하며 촬영한 '티베트 고원' 풍경. (사진제공=강이석)
    필자가 라싸행 칭짱철도를 이용하며 촬영한 '티베트 고원' 풍경. (사진제공=강이석)

    기차가 티베트고원에 다다르자 커다란 뿔을 자랑하는 티베트의 상징 블랙야크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 멀리 만년설이 하얗게 웃음 짓고 수천 마리의 야크 떼가 검은 점으로 수를 놓고 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룹니다. 차창 밖에는 종종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초원을 가로지르는 라이더도 있었고,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로 향하는 순례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점점 티베트에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감탄했던 차창 밖 풍경도 이제 슬슬 지겨워집니다. 저는 같은 칸을 쓰는 친구들에게 화투를 가르쳐주기로 했습니다. 중국 친구에서 고스톱 규칙을 영어로 설명해주면 그 친구가 다른 소수민족 친구에게 중국어로 설명해줬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위구르족이 광을 팔고 티베트족이 고를 외치고 한족이 광박을 쓰는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저녁에는 위구르족 친구가 고기를 가져왔고, 저는 비장의 무기 소주를 꺼냈습니다. “소주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술이야. 나에게도 매우 소중하지. 하지만 너희들에게 줄게. 왜냐하면, 너희들은 소중한 친구들이니까”라고 말하며 친구들에게 소주잔 돌리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발고도 계기판이 5000m를 가리키는 티베트고원 어딘가에서 소주와 분위기에 취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 강이석 필진 소개

    -춘천여자고등학교 지리 교사

    -여행이 부르는 노래 저자

    -유튜브 지리는 강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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