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파는 식료품점에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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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파는 식료품점에 놀러 오세요

    이내 사진전 ‘인스턴트 러브’ 갤러리툰
    현대인 욕망 풍자한 그래픽, 사진, 소품
    식료품 상점 콘셉트, 감정 교류 중요성

    • 입력 2023.02.16 00:00
    • 수정 2023.02.17 07:04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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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내 초대 사진전 ‘인스턴트 러브’(Instant Love)’가 오는 26일까지 춘천 서면 갤러리툰에서 열린다. (사진=이내 작가)
    이내 초대 사진전 ‘인스턴트 러브’(Instant Love)’가 오는 26일까지 춘천 서면 갤러리툰에서 열린다. (사진=이내 작가)

    타인에게 마음 쓸 시간도 없는 현대인을 위한 식료품 상점이 춘천에 문을 열었다.

    원하는 감정을 골라 간단히 데워 먹으면 혼자서도 필요한 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상상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이 판타지적인 식료품 상점은 사진작가 이내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에 꾸며졌다. 오는 26일까지 춘천 서면 갤러리툰에서 열리는 ‘인스턴트 러브’(Instant Love)’에서는 특정 감정을 파는 독특한 공간을 체험해볼 수 있다. 

     

    이내 작 ‘microwave Love’
    이내 작 ‘microwave Love’

    전시장은 특정 감정을 파는 식료품 상점으로 꾸몄다.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바쁜 현대사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필요한 감정을 살 수 있는 장소다. 전시에서는 그래픽 사진 29점과 다양한 설치물, 소품 등을 볼 수 있다.

    작품에 표현된 감정들은 ‘애착’, ‘과시욕’, ‘위로’, ‘사랑’이다. 혼자 얻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닌 반드시 타인과의 교류로 생겨나는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은 파스텔이나 네온 컬러처럼 자연에서 나오기 어려운 색들로 만들어졌다. 디저트처럼 달콤한 색감으로 표현해 쉽게 얻은 감정은 결국 거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내 작가는 ‘사회적 고립’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왔다.

    그는 세대, 젠더, 빈부격차 등으로 갈등이 깊어지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가 사람들을 소통으로부터 더욱 고립시켰다고 여겼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은 계층 간 장벽을 허물기보다 오히려 두텁고 견고하게 만든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사랑’의 가치가 다른 물질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빼앗겼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애정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떠올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타인과 건강한 소통을 통한 감정 교류의 중요성이다. 

     

    이내 초대 사진전 ‘인스턴트 러브’(Instant Love)’가 오는 26일까지 춘천 갤러리카페 갤러리툰에서 열린다. (사진=이내 작가)
    이내 초대 사진전 ‘인스턴트 러브’(Instant Love)’가 오는 26일까지 춘천 갤러리카페 갤러리툰에서 열린다. (사진=이내 작가)

    이내 작가는 “타인이 나를 침범하는 불편함은 싫어 자발적 고립으로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애정의 달콤한 맛은 보고 싶어 한다”며 “역설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허무함을 전하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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