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추억 가득한데” 벼랑 끝 몰린 동네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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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추억 가득한데” 벼랑 끝 몰린 동네 목욕탕

    코로나19 이후 춘천 목욕탕 급감
    3년 동안 20명 중 8명 폐업 결정
    살아남아도 공공요금 인상이 걱정
    암울한 전망에 업계는 대책 요구

    • 입력 2023.01.03 00:01
    • 수정 2023.01.05 17:56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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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일 오전 춘천 효자동 한 목욕탕. 주인 A씨는 직원 없이 몇 시간째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손님의 발길이 끊긴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공공요금까지 인상된 탓이다. 직원에게 맡기던 카운터를 A씨와 아내가 담당한 지도 오래다. A씨는 “일단 둘이라도 되는 데까지 해보려는 상황”이라며 “손님 수도 예전 같지 않은데 요금까지 너무 올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춘천 목욕탕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쳐 그나마 영업을 이어가던 업체들마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춘천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12명이다. 전년 동월(15명) 대비 3명(20%) 감소했으며 한 달 만에 2명이 줄었다. 코로나19 유행 전이던 2019년 9월 당시 지역에서 20명이 목욕탕을 운영했으나 3년 동안 8명(40%)이 감소하는 등 절반 가까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춘천 목욕탕 수가 꾸준히 감소한 가운데 한 시민이 목욕탕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코로나19 이후 춘천 목욕탕 수가 꾸준히 감소한 가운데 한 시민이 목욕탕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붙박이도 예외는 없었다.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개방 자료에 의하면 온의동 O 한증막(1995년 개업)과 후평동 D 대중탕(1996년 개업)은 20년 넘게 영업을 이어왔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모두 폐업했다. 2003년 개업 이후 춘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찜질방 ‘자수정’ 역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목욕탕을 폐업했던 B씨는 “최대한 버텨보려 했지만, 손님이 없어도 매일 물을 교체해야 하니까 적자가 점점 커지더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목욕탕은 밀폐된 공간에 인원이 밀집하고, 접촉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감염에 매우 취약한 곳으로 꼽혔다. 이후 방문객의 발길이 점차 끊겼고 코로나19와 공존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예전만큼의 인기는 찾아볼 수 없다.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았다고 밝힌 김모(64)씨는 “예전엔 주기적으로 목욕탕에 가야지만 개운했다”며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안 가는 게 습관이 되니 웬만하면 집에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영업 정상화만을 바라보며 버티던 남은 업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다시 울상짓고 있다. 최근 가스와 전기 등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오른 탓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도 요금은 2020년 이후 1~500m³ 기준 1m³당 900원, 501~1000m³ 기준 1410원 등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업종 특성상 손님 수와 관계없이 보일러나 난방 역시 계속 틀어놔야 하기에 가스, 전기 요금 급등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A씨는 “최근 들어 각종 요금으로 나가는 비용이 200만~300만원은 늘었다”며 “코로나19가 끝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막막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 섞인 전망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목욕중앙회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이 계속된다고 해 우려가 크다”며 “취약계층 이용객도 많은 만큼 지자체 차원의 바우처 지급 등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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