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릴 데가 없다" 지역 목돈, 예금으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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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굴릴 데가 없다" 지역 목돈, 예금으로 몰린다

    강원 10월 저축예금 전년 대비 261% 증가
    정기예금 1조2239억 늘어 비중 가장 높아
    투자처 찾지 못한 돈, 정기예금에 몰린 듯
    대출금리 인상과 제2금융권 경색 부작용도

    • 입력 2022.12.27 00:01
    • 수정 2022.12.29 08:22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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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에 투자했던 돈 모두 예금으로 바꿨습니다.”

    금융당국 통화 긴축 기조로 주식 등 위험 상품의 위험성이 커지자 목돈을 들고 은행을 찾는 이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 금리가 오른데다 손실 위험이 적어서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21일 발표한 ‘2022년 10월중 강원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저축성예금이 1조3089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3626억원)과 비교했을 때 9463억원(261%) 증가한 액수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전체 증가분(3조3639억원)의 39%에 해당하는 금액이 한 달 만에 늘어났다.

    강원지역 저축성예금 잔액은 26조1476억원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2008년 4월 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금액이다.

    특히 정기예금의 증가가 눈에 띄었다. 전월 대비 1조2239억원 늘어나 10월 저축성예금 증가액의 93.5%를 차지했다. 잔액 역시 17조89억원까지 증가해 18조240억원이던 2019년 7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액수를 기록했다.

     

    통화 긴축 기조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지역 목돈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춘천 시중은행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통화 긴축 기조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지역 목돈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춘천 시중은행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정기예금에 막대한 자금이 몰린 건 목돈을 굴릴만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예금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통화정책을 시행했고 기준금리가 오르며 갈 곳 없던 돈들이 고금리를 보장하는 예금으로 몰려든 것이다. 은행권의 연이은 금리 경쟁도 예금 증가의 원인이었다.

    직장인 박모(25)씨는 “얼마 전까지 주식 투자가 대세라더니 상황이 바뀌었다”며 “주식에 투자했던 목돈을 모두 은행 예금으로 전환시켰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기준 코스피 지수(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식 가격 변동을 나타낸 지수)는 2162.9까지 떨어지며 최고 3049.0을 기록했던 전년 동월보다 886.1p(29.1%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예금이 급증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하지만 예금이 늘고 금리가 오를수록 부작용도 뒤따른다. 부동산 영끌족과 자영업자 등이 주로 이용하는 은행 변동금리 대출 상품은 통상 예금 금리 등이 반영된 자금조달지수를 지표로 삼기 때문이다. 예금 금리가 오를수록 대출금리는 더 큰 폭으로 올라 이들의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의 고금리 예금을 따라가지 못한 저축은행, 지역 금융권 등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하지만 유동성 문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탓이다. 10월 강원지역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들어온 자금은 전월 대비 335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더 오르지 않아도 이미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어 여전히 예금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고 시장 유동성이 늘기 전까진 현재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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