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안 되는 '고금리 특판'⋯지역 금융권 우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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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당 안 되는 '고금리 특판'⋯지역 금융권 우려 커진다

    금융권, 특판 적금 해지 요청 사태 발생
    남해 축협 등 수요 늘자 이자 감당 불가
    지역 금융권 가입 고객들까지 우려 번져
    금융당국, 특판 상품 시스템 점검 지시

    • 입력 2022.12.14 00:01
    • 수정 2022.12.15 00:02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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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 감당이 어려워 적금을 해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금리 경쟁이 뜨거워지며 전국 각지 지역 금융기관들이 고금리 특판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곳곳에서 상품 수요에 따른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며 금융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해축산농협은 6일 적금 특판 상품 가입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 조합이 파산하지 않도록 적금을 해지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문자를 전송했다. 당초 대면으로 100억원을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직원의 실수로 비대면 가입이 가능해지며 1000억원 이상의 예수금이 입금된 탓이다. 만기일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100억원에 달했다. 동경주농협, 제주 사라 신협, 합천 농협 등 전국 각지 지역 금융기관들도 비슷한 이유로 줄지어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과 금리 경쟁이 과열되자 기관이 보유한 현금과 출자금을 고려하지 않고 고금리 상품을 출시했다가 철회하는 일이 잇따른다. 해당 지점들은 고객들이 적금을 해지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재정 악화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이자 지급 포기가 기관 전체의 신용도 하락과 직결되는 만큼 다른 지점들까지도 고객 유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해축산농협은 문자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고객들에게 적금 특판 상품 가입 해지를 요청했다. (사진=남해축산농협 홈페이지 갈무리)
    남해축산농협은 문자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고객들에게 적금 특판 상품 가입 해지를 요청했다. (사진=남해축산농협 홈페이지 갈무리)

    춘천 후평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56)씨는 자신이 가입한 적금 특판 상품의 안전성에 의문이 들어 며칠 전 해당 지점에 전화를 걸었다. 곳곳에서 적금 해지 요청이나 이자 지급 포기를 선언한 금융기관이 늘어났다는 소식에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뉴스를 보니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던데 내 얘기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지 않나”라며 “지점 쪽에서는 관리를 잘하고 있어 문제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지역 금융권의 신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특판 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지시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8일 농협, 신용협동조합, MG새마을금고 등에 특판 금리나 한도 등과 관련해 어떤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보고해달라는 내용을 전파했다. 또 지역 조합이 고금리 상품을 판매할 경우 중앙회에서 먼저 역마진이나 유동성 문제가 없는지 점검한 뒤 당국에 사전 보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고금리 특판 상품에 대한 이자 지급이 불가능해진 금융기관이 속출하며 지역 금융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고금리 특판 상품에 대한 이자 지급이 불가능해진 금융기관이 속출하며 지역 금융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춘천 역시 지난달 춘천신협 등에서 고금리 적금 특판을 출시하자 개점 전부터 가입을 원하는 고객들의 줄이 이어지는 ‘오픈런’이 발생하는 등 특판 상품의 인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주시로 당분간 지역 금융권의 고금리 특판 상품 출시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금융권도 이번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 자제로 경쟁이 줄어들면 앞으로 적금 해지를 요청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며 “춘천지역 금융권 같은 경우엔 이미 특판에 대한 보안을 마친 상태지만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유동성에 더 주력하고 보안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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