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슈룹’ 김혜수가 그려내는 중전, 자식 키우는 엄마들이 다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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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의 연예쉼터] ‘슈룹’ 김혜수가 그려내는 중전, 자식 키우는 엄마들이 다 봐야 한다
  •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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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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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이런 중전이 과연 역사상에 존재했을까?

tvN 토일드라마 ‘슈룹’에서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전쟁에 뛰어든 중전 임화령을 맡아 고군분투하는 ‘슈퍼 중전’ 김혜수.

그는 궁중에서 시시각각 음모를 꾸미는 대비(김해숙 분)와 영의정(김의성 분) 세력에 맞서 자신이 낳은 대군들과 후궁들이 낳은 군들을 지켜내고 있다. ‘슈룹’은 우산의 옛말인데, 자식들을 우산 속에서 잘 보살피는 어미의 모습이 연상된다.

퓨전사극 ‘슈룹’의 중전 모습은 우리 역사상 존재하기 힘든 캐릭터다. 하지만 이러한 어른이나 멘토가 주변에 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판타지다. 

요즘은 왕세자 선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어진 사람을 고른다’는 택현(擇賢)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중간에 탈락하면 스스로 호패를 거둬야 한다. 현재 성남대군, 보검군, 의성군 등 세 명이 남아 결선에 돌입하며 왕세자 후보를 겨루고 있다.

미션이 진행되면서 정당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는 참가자와 뒷배가 노출되고 캐릭터들의 본성이 완전히 드러나게 된다. 미션 수행 중 역모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를 알리는 계성대군(유선호 분) 같은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오로지 자신의 목적 달성에만 관심이 있는 의성군(강찬희 분) 같은 참가자도 있다. 중전은 이 모든 판을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게 중심을 잡아주는 구실을 한다.

또한 중전의 자식에 대한 교육열은 대치동 사교육 시장 못지않다. 엄마들의 정보 싸움이 아들을 세자로 만드는 데 중요하다. 엄마들은 택현의 미션 해결책이나 정답을 높은 관료로부터 구해오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중전의 오지랖이 허용되는 것은 자신이 낳은 대군마마뿐 아니라 후궁이 낳은 군마마의 엄마 역할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전은 자식에게 엄격하고 단호한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따뜻하다. 혼자 여장(女裝)을 하는 계성대군은 유교사회에서 엄청난 약점이지만 중전은 누구보다도 따스한 사랑으로 접근한다.

결혼도 하기 전 기생이 되려는 초월을 첩으로 두고 싶은 트러블 메이커 ‘날파람둥이 왕자’ 무안대군(윤상현 분)과 무안의 접근을 막지 않고 받아주는 초월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도 중전 몫이다.

고귀인(우정원 분)은 아들 심소군(문성현 분)의 택현 경쟁을 강하게 밀어붙이지만, 심소군은 스스로 경합을 포기하게 됐다. 이에 아들을 왕세자로 만들어 팔자를 고치려는 생각을 가졌던 엄마는 “아들 낳은 것을 후회한다”고 하자 심소군은 엄마의 압박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심소군을 살리고 고귀인을 위로한 것도 중전이었다. 중전은 심소군에게 술을 한잔 하자며, 7할 이상 술을 채우면 밑으로 흘러버리는 계영배(戒盈杯)에 술을 따라주며 술잔에 뚫린 구멍을 숨통에 비유했다. 화를 삭이지만 말고 때로는 불만도 표출하라는 것. 그런 중전의 위로는 늘 압박에 시달려온 심소군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tvN 토일드라마 ‘슈룹’의 한 장면.
tvN 토일드라마 ‘슈룹’의 한 장면.

13일 방송된 10회에서 중전은 더욱 멋진 모습을 보였다. 여자 노비를 겁탈하고 임신시킨 뒤 오히려 여자 노비가 꼬리를 쳤다며 길거리로 쫓아내는 양반놈을 암행하던 중전이 목격하고 양반의 따귀를 갈겼다. 가히 ‘따귀의 정석’이라 할 만큼 통쾌했다.

김혜수가 중전임을 모르고 화를 내던 사내 양반은 김혜수의 정체가 밝혀지자 무릎을 끓었다. 이때 김혜수가 사과의 대상을 잘못 찾았다고 하자 양반은 무릎걸음으로 여자 노비에게 다가가 싹싹 용서를 빈다.

정말 디테일이 있는 에피소드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하고, 누구한테 사과해야 할지도 잘 모르는 현대인에게 일갈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천한 출신 성분으로 대비에게 붙는 보검군의 어머니 태소용(김가은 분)과 중전을 위해 계성대군의 비밀을 지켜주는 고귀인 등은 여기에 붙었다 저기에 붙는 요즘 정치인을 보는 듯하다.

이처럼 ‘슈룹’ 안에는 왕실 교육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사의 많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그 해결사로서 중전인 화령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며 정당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달라는 열망이자 당부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전 세계에서 팔린 것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고 변호사 드라마가 수없이 나오며 우영우가 영웅이 되는 것은 정의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김혜수가 그려내는 중전이 이 일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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