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있긴 한가요⋯”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놓고 ‘시끌’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어린이가 있긴 한가요⋯”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놓고 ‘시끌’

    강원도 18개 시·군 중 어린이보호구역 춘천이 가장 많아
    교통 체증 심한 춘천 일부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상향
    최근 시가 발표한 봉의초·근화어린이집은 취재 결과 미확정
    운전자 “혼잡한 곳 많아 찬성” 학부모 “시기상조” 입장 갈려

    • 입력 2022.11.07 00:02
    • 수정 2022.11.09 13:57
    • 기자명 서충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월 제한속도가 시속 30㎞에서 40㎞로 상향 조정된 삼육초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사진=MS투데이 DB)
    지난 7월 제한속도가 시속 30㎞에서 40㎞로 상향 조정된 삼육초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사진=MS투데이 DB)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도로를 건너는 어린이가 정말 있기는 한지 모르겠습니다.”

    춘천 시내에 과다하게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과 그에 따른 제한속도(시속 30㎞) 규제로 인해 교통 혼잡이 가중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강원경찰청과 춘천시 등이 지역 내 일부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4일 공공데이터포털의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표준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춘천 내 어린이보호구역은 101곳으로 도내 주요 도시인 원주(91곳)와 강릉(73곳)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법에서 어린이보호구역 설치는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초등학교 및 유치원, 어린이집(원아 100명 이상) 등에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외에 어린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곳은 지정이 가능하다.

    세 도시의 어린이집(원아 100명 이상)·유치원·초등학교 수를 살펴보면 춘천 93곳, 원주 160곳, 강릉 77곳이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이 가능한 학원 및 특수학교가 제외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춘천의 어린이보호구역 수는 대상 어린이시설 대비 도내에서 가장 많다. 일부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등과 거리는 가까워도 어린이들이 거의 접근하지 않는 도로에 있어 꼭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이 따르기도 한다. 예컨대 소양로 근화어린이집 앞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집과 소양강 사이를 지나는 강변도로에 있다.

    이에 춘천시는 지역 내 보행자가 적거나 없고, 통행 차량이 많은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를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지난 7월에는 동면 삼육초와 신동면 봄봄유치원 인근의 제한속도를 기존 시속 30㎞에서 40㎞로 상향했다. 해당 지역은 교통량이 많은 가운데 속도 제한으로 인해 교통 정체 민원이 많은 곳이다. 추가로 운전자의 시인성을 높이고자 노면을 도색하고, 보행 안전 펜스와 중앙분리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춘천시가 봉의초등학교(왼쪽)와 근화어린이집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를 상향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강원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었다. (사진=MS투데이 DB)

    지난달 말 춘천시는 약사동 봉의초등학교와 소양로 근화어린이집의 제한속도를 등하교 시간을 피해 평일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휴일은 종일 시속 50㎞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당 장소에 실시간으로 교통상황을 판단해 제한속도를 하향하는 ‘가변형 속도 제한 시스템’을 설치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춘천시는 봉의초등학교(위)와 근화어린이집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사진=네이버 지도)
    춘천시는 봉의초등학교(위)와 근화어린이집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사진=네이버 지도)

    하지만 이 같은 계획에 대해서는 경찰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실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제한 속도 상향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경찰과 시청, 교통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교통안전심의위원회에서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봉의초와 근화어린이집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 상향을 검토하는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강원도자치경찰위원회가 주관하는 ‘가변형 속도 제한 시스템’ 설치도 재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춘천 내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상향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운전자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학부모들은 우려를 표했다. 옥천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공단오거리에서 한림대를 지나가는 길만 해도 출퇴근 시간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로 인해 동광오거리부터 꽉 막힌다”며 “차량 이동이 혼잡한 곳만이라도 어린이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시간에 제한속도를 일부 상향하는 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나도 운전을 하기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본래의 의도가 많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어린이보호구역 교통법규가 강화된 지 이제 1년 됐는데,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