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사태에 애꿎은 춘천 가맹점주들만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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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사태에 애꿎은 춘천 가맹점주들만 ‘불똥’

    춘천 파리바게뜨 가맹점들 매출 감소 직격타
    SPC그룹, 완제품 13종 한해 반품처리 받기로
    가맹점에겐 판매가 아닌 원가의 80%만 지급

    • 입력 2022.10.26 00:01
    • 수정 2022.10.27 06:36
    • 기자명 이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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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춘천의 한 파리바게뜨. 빵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시간이지만 손님이 아무도 없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25일 오전 춘천의 한 파리바게뜨. 빵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시간이지만 손님이 아무도 없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25일 오전 춘천의 한 파리바게뜨 앞. 평소 같으면 점심 시간을 앞두고 빵을 사러 오는 고객들이 있을 시간이지만 10분 남짓 기다리는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조용한 분위기 속 직원들은 평소처럼 빵을 만들고 포장하고 있었다. 매장 앞에는 ‘중대재해 산재사망 허영인 SPC 회장 처벌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춘천 시내 다른 2곳의 파리바게뜨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 직원은 “지난주 이후 매출이 20~30%정도 줄어들었다”며 “원래 이 시간에 손님이 제법 있는데 지금 보시다시피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SPC 관계사 SPL 공장 근로자 사망 사고가 SPC그룹 제품 불매 운동으로 번지면서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번 불매 운동은 SPC그룹이 근로자 사망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시작됐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개인 사업자인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 15일 SPC 제품 반죽을 만드는 관계사 SPL 공장(경기도 평택)에서 20대 근로자가 작업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L이 사고 후 현장에 천을 둘러놓은 채 다른 기계에서 작업을 진행하거나 고인의 장례식장에 파리바게뜨 제품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가 더욱 거세졌다. 게다가 사망사고 발생 8일 만에 SPC 계열사인 ‘샤니’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SPC 제품 불매 운동은 더욱 거세지는 중이다. SPC그룹이 이른바 ‘노조 파괴 공작’을 벌여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SPC 제품 불매운동은 온라인에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SPC불매’, ‘#멈춰라SPC’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SPC 대신 이용할 수 있는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고 있다. 이날 오전 트위터에는 'SPC 불매' 트윗 5046건, 인스타그램엔 1000개가 넘는 태그가 올라왔다. 그 여파가 춘천까지 이어지고 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외에도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샤니, 삼립식품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파리바게뜨는 춘천에 총 20곳(네이버 플레이스 기준)으로 집계됐다.  

     

    춘천 명동의 파리바게뜨 앞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춘천의 한 매장 거리 앞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현지 인턴기자)

    SPC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은 대기업 본사가 근로자 안전 관리를 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춘천시민 고모(27)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불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며 “빵이 정 먹고 싶으면 근처의 개인 카페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안모(30)씨는 “평소 파리바게뜨를 자주 이용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곳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잘못으로 죄 없는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측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본사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가맹점에 대한 피해보상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가맹점은 유통기한 안에 판매하지 못한 13종의 빵을 본사에 반품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제품 빵만 해당해 반품 가능한 빵 종류는 전체의 3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은 80%만 돌려받는다. 파리바게뜨 점장 김모(37)씨는 “안 팔린 제품은 가맹점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본사와 회의를 통해 가맹점주들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매 운동이 계속되면 결국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서충식 기자·이현지 인턴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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