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개폐장치’ 없는 춘천 아파트 옥상문⋯‘화재 시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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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개폐장치’ 없는 춘천 아파트 옥상문⋯‘화재 시 속수무책’

    2016년 2월부터 공공주택 옥상 출입문에 설치 의무화
    소급적용 안 돼 춘천 아파트 157곳 중 15곳만 있어
    자발적으로 설치한 아파트 2곳에 그치는 등 참여 미흡
    “설치 비용 일부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급선무”

    • 입력 2022.10.06 00:01
    • 수정 2022.10.07 06:26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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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의 A 아파트 옥상 출입문에는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다. 자동개폐장치는 평소 옥상 출입문을 잠근 상태로 유지하지만 재난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하는 소방안전시설이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아파트 옥상 출입문은 평소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잠가두는 것이 맞지만, 화재 등 재난시에는 대피를 위해 열려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장치가 유용하다”고 했다.

    반면 2002년 지은 1100여 세대의 춘천 한 아파트는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문도 굳게 잠가져 있었다.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주변에 설치된 보관함 안에 있어 언제든지 분실될 수 있었다. 1994년 지어진 13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또 다른 아파트 역시 자동개폐장치가 없었다. 이곳은 옥상 출입문이 열려 있었지만 옥상 계단에 자전거와 화분 등이 다수 방치돼있어 통행하기 쉽지 않았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됐지만 신축 아파트에만 규정이 적용되고 있어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본지가 2016년 이전에 지어진 춘천 1000세대 이상 아파트 10곳의 옥상 출입문을 살펴본 결과, 2곳만이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옥상 출입문 개폐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 맞느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논란이 일었다. 소방은 화재 및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찰은 범죄 및 추락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잠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개폐 장치는 두가지 안을 절충하는 방안으로 도입됐다. 2016년 2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개정으로 아파트 등 공공주택 옥상 출입문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자동개폐장치 설치 의무는 2016년 이후 지어진 공동주택에만 적용된다. 개정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의무가 아니다 보니 입주민 회의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이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

     

    21일 방문한 2016년 이후 지어진 춘천 한 아파트 옥상에는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있지 않았고, 문도 잠가져 있었다. (사진=서충식 기자)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현재 춘천에는 15곳(254개 동) 아파트에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있다. 지난달 기준 춘천에 지어진 157개 아파트 중 9.6%에 해당된다. 2016년 이후 지어져 자동개폐장치 설치 의무인 아파트가 13곳인 것을 고려하면 2곳 아파트만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2016년 이후 지어진 춘천 한 아파트 중 2곳만이 ‘자동개폐장치’를 자발적으로 설치했다. (사진=서충식 기자)
    2016년 이후 지어진 춘천 한 아파트 중 2곳만이 ‘자동개폐장치’를 자발적으로 설치했다. (사진=서충식 기자)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있지 않은 한 아파트의 경비실 관계자는 “위법이 아닌데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입주민 회의 때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다만 최근 춘천에서 고등학생이 흉기를 휘두르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떨어져 죽은 일이 발생한 이후 인근 아파트들이 문을 잠그고,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설치 대상 범위 확대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자 지난해 1월부터 실시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 등으로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의무 설치 대상이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서 헬리포트(헬리콥터가 이착륙하도록 만든 비행장) 설치된 건축물이나 옥상광장이 있는 1000㎡ 이상 공동주택 등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실제로 확대된 대상이 얼마 되지 않고, 여전히 2016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 대부분이 사각지대로 남아있어 전문가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인규 강원대 소방방재공학전공 교수는 “도내 입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면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다만 이를 강제할 수 없기에 설치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일부 지자체처럼 강원도 하루빨리 제도적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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